에너지 자립을 꿈꾸며 출발했던 우리나라가 어느덧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원자력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차세대 원자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범지구적인 경쟁과 상호협력이 공존해야 한다. 국제협력을 원자력 기술혁신의 또 다른 창구로 활용해야 할 때다.  2050 탄소중립 실현과 EU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 포함 등을 계기로, 원자력 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요즘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의 여러 선도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선언했다. 방사선 의학처럼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 감염병에 공동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일찍이 `동물원성 감염병 통합대응(ZODIAC)` 사업에 뛰어들었고, 우리나라도 참여 중이다. 동물 매체 감염병을 사전에 탐지·진단하고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데에 원자력계도 나선 것이다.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과학기술개발이다. 우주발사체기술은 한때 강대국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우리나라는 앞서 2013년에 인공위성 `나로호`로 우주 진입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사업에서는 1단 로켓 엔진을 들여오는 등 러시아의 참여가 있었다. 한편, 올해 8월 발사를 앞둔 한국형 달 궤도선(KPLO)과 2024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내는 목표를 지닌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경우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 중이다.   백종혁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전략본부장에 따르면 이제 우주 선도국과 교류하는 여러 기회에 국내 우수 연구진들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순수 우리 기술만으로 발사체 성공에 이르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피력한바 있다. 국제협력의 중요성은 우주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64년간 대한민국 원자력 분야의 기술개발 과정을 돌이켜보자. 1959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내 최초 국책 과학기술연구소로 설립된 이래,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최단기간인 30년 만에 원전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그 바탕에는 외국과의 끊임없는 기술교류가 있었다.   고인이 된 한필순 전원자력연구소장이 미국으로 떠나는 공동설계팀 직원들에게 한 말은 아직도 회자된다. "원자력 기술자립은 전적으로 여러분 손에 달려 있으니, 실패하면 아예 돌아올 생각을 말라" 선배 연구자들이 방문했던 곳이 바로 미국 CE(Combustion Engineering)사로, 그때의 경험이 한국형 표준원전(KSNP) 개발에 효시가 됐다. 이후 2009년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UAE 원전 4기를 수출할 때 웨스팅하우스가 일부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미국과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사용후핵연료 안전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미국에서 사용후핵연료로 직접 실험하며 실제 핵물질을 분리·회수하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기술을 공학 규모로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일원으로 원자력기술개발이 적극적인데도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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