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가 12일(현지시간) 대외 부채에 대한 일시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제공되기 전까지 510억 달러(약 62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외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중앙은행 총재는 "하드 디폴트(민간 채권단이 전면 손실을 보는 실질적 디폴트)를 피하고자 대외 부채 지급을 일시 유예한다"며 "제한된 외화 보유고를 연료와 같은 필수 품목을 수입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채무 상환이 어렵고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최선의 조치는 부채를 재조정하고 심각한 채무 불이행을 피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올해 스리랑카가 상환해야 할 총부채는 70억 달러(약 8조6000억원)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환 보유액이 3월 말 현재 19억3000만 달러(약 2조3700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국가 부도 위기` 상태였다.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말 스리랑카의 국가 신용 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며 채무불이행 위험을 경고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IMF 구제 금융을 받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9년 `부활절 연쇄 폭발 테러`로 관광 사업에 타격을 입은 스리랑카는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지 않고 전통적인 차, 의류, 관광에만 의존하다 경제난이 악화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재정에 직격탄을 맞았다.또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참여하며 중국에 돈을 빌렸지만 인프라 사업 실적이 부진해 이를 갚지 못하며 경제 위기에 빠졌다.외환 부족에 따른 에너지 위기도 극심하다. 석유와 석탄 수입이 어려워진 당국이 `순환 단전 조치`에 나서면서 주민들은 하루 13시간씩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다. 식당과 마트 등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 의약품 등 필수품 가격이 급등해 상황이 더 악화했다.최악의 경제난으로 스리랑카에서는 대통령 퇴진 요구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 관저 주변에 모인 시위대는 장기간의 정전 사태와 생필품의 부족, 취사용 연료와 휘발유 부족에 항의하면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수도 콜롬보의 주요 지역에는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고, 당국은 최루탄과 물 대포 등으로 시위 진압에 나섰다. 스리랑카 대통령은 지난 1일 치안과 공공질서 보호, 필수 서비스 유지를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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