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된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두고 정치권에서 `친일`, `친북` 논쟁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일 이번 훈련과 관련해 `극단적 친일 행위`, `대일 굴욕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10일에는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연일 날을 세우는 이 대표의 행보를 `친북`으로 규정하며 맞불을 놨다.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신냉전 기류와 한미일-북중러 블록화 등 세계정세의 급변은 관성적인 접근에서 벗어난 철저한 국익 중심의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는데 건설적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정치권이 철 지난 `친일`, `친북` 논쟁에 골몰하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논란의 초점은 북한의 무력 도발이 격화하는 가운데 진행된 한미일 합동 훈련이다. 한국·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달 30일 대잠수함 훈련을, 지난 6일에는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함께했다. 3국의 합동 훈련은 201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5년 전에는 장소가 제주 남방의 공해상이었으나 이번에는 동해의 독도 인근 해상이다.  과거 일본의 한반도 침략, 양국 간 외교 갈등, 독도 영유권 주장, 군사 대국화 움직임 등과 맞물려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출근길 문답에서 한일 군사훈련 비판론에 대해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지만, 야당이 여론의 동향을 반영해 정부에 주의를 환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반 국민들의 시각은 안보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만큼 꼭 필요하다면 때로는 한일 군사 협력도 해야겠지만 일본이 다른 속셈을 하고 있을지 모르니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정도일 것이다.  여당의 반격도 지나치다. 일본과의 군사적 접근은 여론의 충분한 공감이 전제돼야 함에도 이런 과정이 미흡했다. 따라서 야당이 잠자코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야당 대표가 과하게 반응했다고 국정을 맡은 여당까지 친북, 인공기를 거론한 것은 무책임하고 편협하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공중보건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금융 위기와 안보 위기까지 동시에 엄습하는 지금 친일, 친북 논쟁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퍼펙트스톰`을 막을 대책을 놓고 여야가 정책 경쟁을 하기는커녕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으니 정치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았다는 얘기를 들어도 싸다. 위기 때는 작은 이익을 버리고 큰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  외교와 대북 정책에서만큼은 초당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해야 국제 사회에서 존중받고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치권은 친일, 친북 프레임이 진영 결집에 반짝 효과를 낼지 모르겠으나 대다수 국민은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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