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넘치는 게 책이다. 지난날에 비하면 요즘은 책의 희소가치가 희석됐다. 전자책의 출현 탓인지 종이 책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책을 소중히 여긴다. 한 장 한 장 침을 묻히며 책장을 넘기노라면 책 속에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가슴마저 설레곤 한다.  무엇보다 한 권의 책이 발간되기까지 글쓰기의 고초를 누구보다 잘 알아서랄까.  문인의 경우다. 피를 말리는 고통으로 창작한 글들이 전부다. 이것을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기까진 경제적 비용 및 노고가 만만치 않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책벌레라는 말을 주위로부터 들어온 터다. 어려서 어머닌 동화책을 자주 사주었다. `이솝 이야기`, `엄마 찾아 삼만 리`, `유관순 누나` 등이 그 책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땐 세계명작을 사주었다. 쥘 베른 작 `80일 간의 세계 일주`, 알퐁스 도테의 `마지막 수업`, 토머스 불빈치 `아서왕 이야기`, 앙드레 지드 `좁은 문`등을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책들은 어린 가슴을 한 뼘은 자라게 하고도 남음 있었다.  훗날 젊은 시절엔 플라톤의 `향연`을 밤새워 읽기도 했다. 이밖에도 애덤 스미스 `국부론`을 비롯, 다윈이 지은`종의 기원` , 임어당의 `처세론`등에 심취하기도 했다.  요즘은 독서에 소홀하다. 책을 읽으면 눈이 침침하고 졸음이 쏟아진다. 독서를 게을리 하자 문득 아인슈타인 어린 시절 이야기가 떠올라서 새삼 각성을 해본다.  아인슈타인은 열등생이었던 13 세 때 가정교사를 맞았다. 지혜로운 가정교사는 아인슈타인에게 유클리드의 `기하학`을 권했다.  그 다음 책으론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을 읽혔다. 이런 가정교사 덕분에 아이슈타인은 17세에, "술 대신 철학 고전에 취하겠다"라는 선언까지 단호히 할 정도로 책 읽기에 몰입했다.  어른이 된 후에도 플라톤 및 서양 철학서를 탐독하기에 이르렀다. 아인슈타인은 독서를 통하여 학교에서 소외 됐던 자신의 천재성을 재발견 하였는지도 모른다.  현대 청소년들은 책 대신 인터넷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 세대만 하여도 낯선 어휘가 있으면 사전을 들추기 예사였다.  하지만 현대는 `정보의 바다`라는 말에 걸맞게 인터넷이 만물박사다. 한 때 인터넷 전도사로 불리었던 미래 학자 `니콜라스 카`는 그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우리 뇌를 얕게 만든다" 라고 걱정했다.  또한 그는 인터넷 때문에 청소년들이 책을 읽을 때 왼쪽 행에서 오른쪽 행으로 읽지 않고 이리저리 건너뛰면서 자신들이 관심 있는 정보만 훑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즉 인터넷 검색이 뇌신경 회로까지 바꿔서 인간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는 말이었다. 이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오로지 독서다. 지난 5세기 동안 인류에게 창조적 사고력을 배양 시켜준 책 읽기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책 5만 권을 자신의 서재에 진열한 움베르토 에코다. 편리한 전자책이 나왔지만 여전히 종이 책을 애호(愛好)한단다.  그는 전자책과 종이책을 고층 건물에서 떨어뜨리면 전자책은 박살나지만 종이책은 약간의 흠집 만 날 뿐이라는 말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신문 읽기를 즐겼다. 신문은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등에 대한 견문과 지식 및 상식을 넓혀 주는 일에 일등 공신이나 다름없다.  특히 신문 사설 속엔 국내외 정세 및 세상인심이 녹아들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므로 신문을 펼치면 버릇처럼 사설부터 읽곤 했다. 요즘도 신문을 대하면 사설에 가장 먼저 눈길이 머문다.  이런 경험에 의해서인가보다. 젊은 날 논술 학원을 운영할 때 일이다. 학원생들의 글쓰기를 위하여 `NIE 학습`을 주도 했다.  신문에 난 기사로 직접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이때 학부모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앨빈 토플러도 매일 아침 신문 6-7개를 읽느라 손끝이 까맣게 물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온갖 사회 현상과 다양한 정보를 신문을 통하여 인식, 자신의 견문을 넓힌 듯하다.  이렇듯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정확하고 선명한 창(窓)이 신문이다.  이 글을 쓰노라니 어디선가 읽은 글이 문득 생각난다. `읽기 훈련을 안 하면 정보 홍수 물결에 떠다니는 통나무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필자 역시 이 말처럼 되지 않으려면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떠받치고서라도 신문이나 책 읽는 일을 습관화해야 할까보다.  미래는 독서량이 많은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정보, 지식, 지혜, 교양, 창의력, 사고력 등을 얻을 수 있는 게 독서여서다.  사실 책만큼 인생 바다를 멀리 항해 시켜주는 배는 없잖은가. 학창시절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와 단테의 `신곡`을 새벽까지 읽으며 내용에 매료 됐었다.  책 속에서 꿈의 향방과 삶의 지향점을 찾고자 했던 그 열정이 그립기만 한 이즈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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