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천천히 걸어 나오는 저물녘 도서관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애써 밑줄도 쳐 보지만대출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나만 외로웠던 건 아니었다는 위안혼자 걸어 들어갔었는데나올 땐 왠지 혼자 인 것 같지 않은도서관 -송경동 `삶이라는 도서관`     송경동의 시다. 그는 아직도 노동현장에서 노동현장의 언어로 정직한 방식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80년 대 초기 박노해의 시 같은 삶의 진솔함과 감동이 담겨 있다.그는 `구로 노동자 문학회` 활동을 하면서 `희망 버스`를 노래하고, 한국 사회 노동자의 삶, 밑바닥 사람들의 삶을 솔직하게 노래한다  얼마 전 그는 `꿈꾸는 자 잡혀 간다`라는 특이한 제목의 시집을(실천문학사) 내었다.그는 말한다 "나의 모든 시는 산재 시"라고. "또한 시는 쉽게 쓰면 안 된다"라고.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에게만은 진실하다"고 말한다.  구도자 같은 그의 목소리는 그의 시처럼 슬프면서도 단호하다. 그렇다. 생각해 보면 가정불화도 산재고, 독거노인도 산재고, 모든 생태 위기도, 교통사고의 원인도 산재다.  삶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 우리는 삶을 읽고 삶을 배운다. 인생은 한권의 대하드라마 책이기 때문이다.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책이 말한다.  삶이란 "대출받은 책처럼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 서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다소곳한 문장 하나가 되어 저물녘 도서관을 나온 사람은 알리라. 도서관엘 혼자 들어갔는데나올 때는 왠지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영혼이 맑아지는 그 시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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