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애의 최고의 인연은 사람들끼리의 만남이라 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운명이요, 팔자라 한다. 만남은 어떤 곳에서 나 이외에 다른 사람(남)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순간이나 어떤 인연으로 관계를 맺게 되는 시간이나 장소이다.  불가에서는 결과를 내는 직접적인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인 연(緣)을 말한다. 쌀과 보리는 그 씨가 인이고, 노력·자연·거름 등을 연이라 한다. 이러한 관계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등 이상이 서로 걸리는(관계) 일이다.  운명은 인간을 지배하는 필연적이고, 초월적인 힘이고, 그 힘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길흉화복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거의 체념하는 듯한, 팔자는 사람의 평생 운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또한 한자에서 건너온 조우는 우연히 만나거나 맞닥뜨림으로 조봉이라 쓰기도 한다.  소설가 박화성의 `고개를 넘으면`이란 글에, "불가에서는 길거리에 오고 나는 사람끼리 잠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한다는데, 어두운 밤거리 무서운 빗줄기 속에서 10분 동안은 착실하게 호흡을 맞추어 걸어왔으니 그것 또한 빗줄기와 인연이 된 것은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이광수의 견해 가운데, 생명을 가진 것치고 안전한 것은 없다.  날아다니는 벌레에게는 거미줄이 있고, 뛰어다니는 짐승에게는, 그를 노리는 맹수와 사람의 화살(총)이 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언제나 위험이 있었다. 이런저런 인연이 당하는 시각을 인간은 피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천생연분이라 하늘이 미리 마련하여 준 연분이 있다.  부처님이 길을 걷다가 길에 떨이진 헌종이를 발견하고, 비구를 시켜 종이를 줍게 하고, 어떤 종이냐고 물으셨다. "이것은 향을 샀던 종이입니다. 향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길을 가시다가, 길에 떨어진 새끼를 보시고, 그것을 줍게 하여, 그것은 어떤 새끼냐고 물으셨다. "이것은 생선을 엮은 것입니다. 비린 냄새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원래 사람은 깨끗한 것이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르는 것이다.  어진이를 가까이 하면 도덕과 의리가 높아가고,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가 이른다. 저 종이는 향을 가까이해서 향기가 나고, 저 새끼는 생선을 엮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사람은 다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마는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을 모를 뿐이라고, 불교경전인 법화경에 수록된 말씀이다.  필자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문하생으로써 시(詩)와 수필을 배우면서, 금아 피천득 교수님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수록된 수필 `인연`을 읽었고, 나중에 여주인공 아사꼬(朝子)에 관한 후문을 직접 들은 적이 있었다. 너무도 감명 깊은 테마수필의 교본으로 많은 후학들에게 깊은 감회를 주는 수필문학의 최고봉이다.  사람이 사회생활하면서 가장 가깝고 쉽게 만나는 인연의 관계는 교우사이이다. 어린 나이때부터 잘 알고 지내는 인연은 평생을 가는 인연이고, 가정을 이루고 사회의 일원으로써 많은 인간적 관계가 모두가 하는 말-하늘이 맺어준 천연이라 한다.  필자는 오래전에 일본가서 들은 얘기가 있다.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어느 여자 대학교에 도둑이 들었는데 다른 교우들은 주말이라 고향에 가고 혼자서 방에 남아 독서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얼마 안되는 돈을 빼앗기고 읽고 있던 시집 책자마저 가지고 가 버렸다. 수없이 많은 세월이 지나 그때 그 여대생은 결혼해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어느날 남편이 외출하고 없는 시간에 그 주부는 집 안 청소를 하던 중 총채(먼지떨이)로 서가(책꽂이)를 털다 책 한 권이 떨어졌다고 한다.  깜짝 놀란 그 주부는 예쁘게 디자인된 그 시집은 생일선물로 받았던 책이요, 그때 도둑이 빼앗아간 그 책으로 아직도 생일을 축하한다는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참 묘한 인간관계의 인연이었다. 나머지 이야기는 독자에게 돌리고 싶다.  인연은 반드시 사람과의 관계 이외에 사물과의 관계에서도 흔하게 경험하게 된다. 철학교수 안병욱의 `행복의 미학`이란 글에, 인생은 수(授-줄수)와 수(受-받을 수)의 두 원리로 구성된다고 한다.  `기브 앤드 테이크`(주고 받는 것)는 인생의 가장 기본적 법칙에 산다. 생존은 주는 생활인 동시에 받는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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