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대표 경선후보였던 송영길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의 윤곽은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10여명을 포함해 전국대의원, 지역본부장 등 70여명에게 모두 9천400만원의 현찰을 뿌렸다는 것이었는데 녹취록이 추가로 나오면서 그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파리에 머무는 송 전 대표는 사건이 터지자 "잘 모르는 일"이라면서 "이정근의 개인적 일탈 행위를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당시 당 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송 전 대표에게 귀국을 요청한 뒤에도 "이 대표의 말씀과 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고, 내 입장도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고 말해 조기 귀국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설사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일이었더라도 이 모든 사단은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한 것이었다. 송 전 대표가 버티면서 민주당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그의 오불관언 태도에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이다.  20년 전도 아닌 불과 2년 전에 당시 집권 여당이었고, 지금도 국회 최다 의석을 보유한 정당이 검은돈을 주고받으며 당 대표 선거를 치렀다는 의혹은 믿기 어려울 만큼 초현실적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생생한 통화 음성이 연일 공개되는 것과 관련해 검찰이 정치적 의도에서 통화 파일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한다. 증거품으로 압수된 휴대전화가 검찰 손에 있다는 점에서 이씨 측이 심경의 변화로 파일을 자진해 언론에 흘렸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건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별도로 따져볼 일이다.  민주당은 반성과 성찰이 우선이다.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된 시점에서는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내놓고, 철저한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후진적 사고와 의식은 그대로인 채 얼기설기 겉모양만 바꾼다면 유권자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심판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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