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시사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건부 무기 지원'은 국내외 파장을 불러올 민감한 사안이다. 비록 전제 조건이 있긴 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은 불가하다'는 그간의 한국 정부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도 내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 한국이 러시아의 반발을 감수하고 한미동맹 강화를 선택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러시아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쟁 개입을 뜻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야당에서도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있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며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민간인 대량학살 등 인도주의적 기준에서 국제 사회가 모두 심각하다고 생각할만한 중대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우방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받았다. 진위 논란이 있지만 최근 유출된 미 정보당국의 비밀 문건에도 미국의 무기 지원 요청에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고심하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1년 넘게 참혹한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경제적 능력과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더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할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불안한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한·러 관계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냉철하게 대응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국익을 보호하고 최대화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충분하고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길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