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만혼, 결혼 기피, 저출산 등으로 인구가 급감하여 수축사회가 빠르게 전개되어서 가족관계의 단순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로인하여 형제, 자매, 사촌 등의 친족도 사라지는 관계상실의 시대로 치닫고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는 세태이다.   친족 간이라 할지라도 대면의 기회를 자주 갖지 못하여 소원하게 되어 타인화의 경향이 없지 않아서 정의(情誼)의 사막화가 걱정이 되고 있다. 그래서 촌수라는 낱말도 멀지 않는 날에 사전에만 남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계, 가통을 중요시하는 분들이 있기에, 학교 교육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 전래의 의례를 살펴보는 것은 인간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그 나름대로 중요한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자아정체성은 무엇보다 혈속적 네트워크(bloody network)를 우선 파악할 때 올바르게 정립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촌수의 이해는 자기의 관계망을 올바르게 가질 수 있게 하여 건전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출발이라 하겠다.   촌수라는 용어는 친족 간의 멀고 가까운 관계를 나타내는 수이다. 이 촌수의 계산에서 볼 때,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버지의 형님에는 백부와 중부가 있으며, 아우는 숙부인데 촌수는 삼촌이다. 백・숙부의 아들 사이에서 형은 종형(從兄), 아우는 종제(從弟)인데, 그들 사이를 종형제간 보통 사촌형제라고 한다. 촌수는 사촌이다. 여기에서 ‘종(從)’자는 ‘척(彳)’과 ‘착(辵)이 결합된 것으로, 척(彳)은 사람이 사람의 뒤를 따르는 데서 ’따르다‘의 뜻을 나타내고 ‘착(辵)’은 ‘쉬엄쉬엄 간다.’는 뜻을 지닌다. 그래서 종은 따름을 나타내는 글자로써 뒤쫓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조부의 형제는 종조부라 하고, 그의 아들은 종숙 혹은 당숙이며 오촌이다. 그리고 종숙의 아들은 자기에게 형이면 재종형, 아우이면 재종제가 되고 촌수는 육촌이 된다. 증조부의 형제는 종증조부이고, 그의 아들은 재종조부이다. 재종조부의 아들은 재종숙이고, 재종숙의 아들이 형이면 자기에게는 삼종형, 아우면 삼종제가 되며 삼종형제 또는 팔촌형제간이 된다. 촌수는 팔촌이다.   ‘항간에 동고조(同高祖)면 팔촌이다.’이라 하였다. 서로 간에 고조가 같은 분일 때는 그들 사이는 팔촌이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삼촌 이상의 조부항렬을 속칭 대부라 한다.   외척에서 볼 때 어머니의 오빠는 자기의 외숙이 되고, 외숙의 아들이 형이면 외종형 혹는 외사촌형, 아우이면 외종제 혹은 외사촌동생이 되고, 외사촌이다. 어머니의 여동생 혹은 언니는 이모라 하고, 그의 남편은 이모부 또는 이숙(姨叔)이라 하며, 그의 자녀에서 형이면 이종형 혹은 이종사촌형, 아우면 이종제 혹은 이종사촌동생이 되며, 서로는 이종남매간이다.   아버지의 누님이나 여동생은 자기에게는 고모이며, 고모의 남편은 고모부 혹은 고숙주라 한다. 고모의 아들은 내종사촌 혹은 내종사촌형제, 고종사촌형제, 내종자매이다. 내종은 자기보고 외종이라 하며 고숙(姑叔)은 자기보고 처조카라 한다.   친형제 간에는 촌수를 따지지 않는다. 촌수는 삼촌부터 시작한다. 촌수는 핏줄을 계산하는 것이어서 백모, 숙모는 촌수가 없는데, 3촌으로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원래 직계인 부자, 조손(祖孫), 증조손(曾祖孫) 사이는 계촌을 중시하지 않고, 형제항렬, 숙질항렬만을 촌수로 따진다. 8촌까지는 복제에 따라 복(服)을 입는 가까운 친족인 유복친(有服親)이며, 9촌부터는 복을 면하게 되어 면복(免服)이라 한다. 10촌이 넘으면 촌수를 따질 수 없더라도 동항이면 족형, 숙항이면 족숙, 조항(祖行)이면 족조, 족대부라 하고, 본인에 대해서는 택호를 붙여 ‘아무형님’, ‘아무아재’라고 한다.   같은 가문에서는 원근친(遠近親) 할 것 없이 항렬과 촌수의 관계 등을 부르고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   처(妻)가 타인에게 시가(媤家)의 항렬과 촌수를 말할 때는 친정 쪽과 구분하여 반드시 ‘시(媤)’자를 붙여서 부른다. 예를 들면, 시부모, 시숙, 시삼촌, 시동생, 시누이 등과 같다.   이상의 용어들은 한글 전용시대에 학창생활을 보냈던 세대에게는 친숙하지 못한 말들이기 때문에 발어(發語)하기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사료되지만, 한 번 정독을 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관계를 떠나서는 사회적 친숙을 도모하기 어렵다. 보다 윤택한 삶을 유지하고 존속하기 위해서는 촌수를 바르게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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