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 년 전 일이다. 어느 봄날 동네 상가 앞을 지나칠 때다. 얼핏 봐도 예닐곱 살 돼 보이는 또래 사내아이들 4 명이 2층 계단에 모여 있었다. 이중 한 아이가 건물 2층 계단에서 노란 병아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땅 아래로 던지는 모습을 봤다.   그것을 목격하자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그곳에 도착해보니 비좁은 플라스틱 통 안에 병아리 3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것을 보자 방금 아이들 행동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병아리를 높은 곳에서 땅 아래로 떨어뜨리는 장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종전에 한 사내아이가 허공에서 날린 병아리가 저만치 길 위에 떨어져 가냘픈 다리와 날개를 쭉 뻗은 채 죽어있었다.   이 끔찍한 행위를 저지른 아이들을 타일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이 병아리를 만져보렴, 병아리 몸이 너희 몸처럼 따뜻하지? 이렇듯 살아있는 병아리를 계단에서 던지는 짓은 아주 나쁜 행동이란다"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서둘러 병아리를 챙겨서 자리를 떴다.   멀어져가는 아이들 뒷모습을 바라보며 왠지 입맛이 씁쓸했다. 한 아이가 병아리를 던질 때 만면에 장난기 섞인 웃음이 번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그 웃음을 떠올리자 어려서부터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르는 그 아이들이 염려스러웠다. 이렇듯 생명을 하찮게 여기며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훗날 인명 또한 가볍게 생각할 듯해서다.   그 때 일을 회상 하노라니 갑자기 짚신이 눈앞에 그려진다. 조상님들은 길을 다닐 때 하다못해 지렁이나 개미가 보이면 그것을 일부러 피했다고 한다. 정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전口傳에 의해서다. 보잘 것 없는 미물의 목숨도 귀히 여겨 혹시 걸을 때 벌레라도 밟힐까봐 외출 시엔 일부러 짚으로 만든 성근 신을 신었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우리 선조들은 평소 삶 속에서 생명 존중을 실천했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게 아니어도 요즘 텔레비전 뉴스 보기가 매우 겁이 난다. 술 취해 잘못 찾아간 집에서 벌인 살인을 비롯, 사소한 시비 끝에 사람을 죽이질 않나. 친모가 영아를 살해 하질 않나,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 2명을 죽이는가하면 부모를 때려죽인 아들 등이 그렇다.   이렇듯 천륜을 저버린 인면수심 흉악 범죄 및 친족 살인 사건들이 단골로 뉴스에 등장 하다 보니 세상살이가 참으로 살벌하다 못해 살얼음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자연 이런 세태니 `이 세상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허탈한 심정마저 든다.   무엇보다 삶 속에서 부대끼다가도 가장 마음 놓고 기댈 곳은 부모, 형제, 그리고 가족이 아니던가. 마지막 보루라고 여길 가정과 가족마저 해체 시키는 반인륜적인 친족 살인은 엄한 벌을 받아 마땅하다. 도덕과 윤리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진 현 세태다. 이런 시대이어서인지 이젠 사람 목숨을 해치는 일이 마치 파리 한 마리 때려잡듯 횡행 하고 있잖은가. 이는 인명경시 풍조가 사회전반에 만연한 탓일 게다.  이런 세상에 살다보니 문득 짚신이라도 만들어 신고 싶은 심정이다. 짚신은 다 아다 시피 짚으로 만든 신발로써 `혁혜革鞋` 또는`비구`라고도 하고 지방에 따라`볏짚 무쿠리`, `짚세기`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짚신은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과 함께한 물건이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짚신이었다. 짚신 주재료는 벼를 수확하고 남은 짚이다. 이 짚을 한 발쯤 가늘게 새끼를 꼬아 4줄로 날을 하여 만들기 시작한다. 이것을 짚으로 엮어 발바닥 크기로 바닥을 삼고 양쪽 가에 짚을 꼬아 총을 만든다. 뒤는 날을 한 새끼줄을 두 줄만 뽑아 짚으로 감아올려 울을 하고 가는 새끼로 총을 꿰어 두르면 발에 꼭 맞는 짚신이 된다.   폭염엔 아예 구두를 벗어던졌음 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 이 때 짚신이라도 삼아서 한번쯤 신어보며 우리 조상님들의 웅숭깊은 생명 존중하는 마음을 헤아려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눈만 뜨면 머리가 쭈뼛 서도록 극악무도한 살인 사건 소식이 연신 들려와서다. 이즈막 짐승만도 못한 인간 세계의 숱한 살인 사건에 하늘마저 노했나보다. 이 글을 쓰는데 인간을 심히 꾸짖는 듯 제2차 장마인 국지성 폭우와 천둥, 번개가 번쩍여서 하늘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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