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삼천(三川)이 아름답게 흐르면서 바람이 순하고 비가 고르게 내려 쾌적한 삶의 환경을 형성하고 있어서 천년왕도가 되었던 경사스러운 고을이었다.
  20여 년 전부터 저출산, 결혼기피, 만혼, 수축사회의 진입 등으로 인구가 급감하는가하면, 문화유산 보전 때문에 황오동, 황남동 동을 비롯한 전래의 주거지역에 가옥이 대거 철거되어 도시 공동화 현상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한편 황성동, 용강동, 금장지역과 충효동 등은 아파트가 과밀 집중되는 등 도시 분포가 거점도시 형태로 바뀌고 있어서 바둑판 모형의 옛 시가지는 인위적인 변형을 거듭하여 위상수학적 신(新)주거문화를 형성하는 듯하다.
  특히 각종 규제로 고도가 제한되어 경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1차원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체 주상적(柱狀的) 성장을 하지 못하여 원시반종으로 회귀하는 퇴행이 시민들의 가슴 아픈 오랜 원망이 되고 있다. 외국인이 득실거리는 성건동과 보우아파트 지역 및 사정동 강변로 일대는 형산강수의 청정한 흐름과 오릉, 귀야(鬼野), 선도산, 옥녀봉, 금장대 등의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는 천혜의 지역이지만 시급한 재개발을 하지 못하여 생활불편과 도시미관을 감내해야 하는 가슴 아픈 실정이다.
 
이 지역은 근년에 강변로가 개통되어 고속도로 톨 게이트까지 차량소통이 편리해 졌으나 체면 없이 뿜어대는 차량매연 때문에 공해가 극심하다. 그래서 서천교에서 신라초등학교 서편까지 약 500m의 도로변은 계획과 같이 시급히 자연녹지를 조성하여 자연정화를 통해 거주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시가지에 일년생 화초를 심어 아름답게 단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대로변 미관을 조성하는 정비 사업에 시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된다. 일부 지역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특혜를 받아 고급화장품으로 말끔히 단장하여 고촌(古村)이 미촌(美村)으로 이미지 갱신을 하였고, 깨끗한 거리와 넓은 공간에 심어진 화초의 야생냄새가 온 누리에 퍼지는 오감적 자극에 매료된 관광객이 주말과 공휴일에는 한 여름 국지성 폭우처럼 거리에 인차(人車) 쓰나미를 몰고 오기도 한다.
  귀성행렬을 방불케 하는 황리단 길은 주중과 주말 할 것 없이 분비는 인파와 차량소통 때문에 짜증나는 거리로 바뀌고 있으니 서천강변 둔치에 마련된 공원주차장을 좀 더 확장하여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고, 경주공업고등학교와 신라초등학교 울타리 사이의 좁은 황리단 입구 길을 아름답게 확장 한다면 복잡한 황리단 길은 편리한 관광행로가 될 듯하다.
 
아름다운 경주가 활기찬 도시로 발전하려면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시책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젊은 세대들이 태어나고 성장한 태향(胎鄕)을 가슴에 묻으면서 상경 및 인근 지역사회로 떠나가고 있다는 실제에 주목하여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경주시예산 2조원 시대라는 현수막이 웰빙을 가불하는듯하여 퍽 다행한 일이긴 하다. 시장의 계속적인 열정으로 도시의 물리적 환경이 정비 개선되어 관광객이 증가하고, 국제행사를 비롯한 각종 회의, 대회 개최 등으로 시민의 삶에 보탬을 주고 있으나, 이것 역시 피부적 근접자극으로 감응되지 않은 듯하다. 여러 우수기업체와 MOU를 체결하여 고용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으나, 노인 인구만 계속 증가하여 예비무덤이 더해가는 등 도시 활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도시발전을 염원하는 향유들의 걱정이 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잘 다듬어진 신생 파크골프장에서 초로의 남녀가 공치기를 하며 생동감 나는 여가를 즐기고, 소객은 금장대에 올라 애기청소의 면경지수와 절경의 시가지를 조망하며 역사적인 시구를 뽑는 모습이 무척 부럽게 보인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량들의 현수막이 개선 깃발처럼 추풍에 펄럭이고 있으니 꿈꾸는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경사스러운 고을, 골든 시티 경주사회를 더욱 웰빙(well-being) 도시화 하는 방안이 선전적 문구로 장식 입력(input)될 것이 아니라 그 실천적 출력(output)이 되었으면 하고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