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같은 자격증이 있다. 그것은 운전 면허증이다. 평소 운전을 안 하다 보니 수십 년 제 구실을 못한 운전 면허증이어서 이런 표현을 해본다. 학창시절 일이다. 운전을 배우면 신분상승 즉, 조건 좋은 남성과 결혼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말이 친구들 사이에 나돌았다.   이 말에 혹하여 필자도 용기를 내어 운전교습소에서 운전면허 보통 제1종을 취득 했다. 그 말대로 훗날 젊은 여성들이 운전 면허증으로 하여금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필자의 경우 그 때 취득한 운전면허증이 결혼 조건에 크게 이바지 한 게 없는 듯해서다. 소위 백마 탄 왕자를 만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마커녕 연애 할 당시 남편은 낡은 자전거를 타고 직장을 다녔다. 만날 때마다 자전거 뒤꽁무니에 필자를 싣고 기껏 찾은 데이트 장소가 포항 앞바다가 전부였다. 그 때는 무엇에 홀렸는지 그 시간이 무척 감미로웠다. 어디 이뿐인가. 그가 최고 남자라는 착각까지 했었다.   심지어 낡은 자전거를 타고 힘껏 페달을 밟으며 필자 앞에서 멀어지는 뒷모습조차 왜 그리 든든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배기량 큰 외제 자동차가 아닌 한낱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매료된 것으로 보아 ‘순수한 순백純白의 젊은 날이 아니었나’ 라는 서러운 자위마저 해보는 요즘이다.   지난날 자전거에 얽힌 추억에 잠기노라니 며칠 전 일이 갑자기 뇌리를 스친다. 동네 앞을 지나칠 때다. 중년의 한 남성이 비탈길에서 내달리는 자전거를 탄 채 순간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것도 잠시, 자전거는 쏜살 같이 내리막길을 내려오더니 길옆으로 그 남성과 함께 곤두박질친다. 자세히 보니 얼굴에선 피가 흘렀다. 다리역시 절뚝거리며 힘겹게 자전거를 끌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문득 ‘제어’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달리는 자동차 및 자전거 등엔 달리는 것을 멈추게 하는 장치인 브레이크가 장착돼 있다. 종전에 자전거 사고를 당한 남자도 자전거 브레이크가 제 기능을 제대로 못한 듯하다. 달리는 물체엔 이 기능도 엔진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자전거를 비롯 자동차가 멈춰야 할 시점에서 마냥 앞으로 달리기만 한다면 엉뚱한 장소로 돌진하거나 장애물을 피할 수 없어서 얼마나 위험한가. 우리네 인생사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제 이 나이에 이르고 보니 어떻게 살아야 지혜로운가를 어렴풋이 깨닫는다. 아울러 사람다운 덕목을 잃지 않으려면 어떤 처신을 해야 할지도 새삼 깨우치게 되니 뒤늦게 철이 드나보다. 인생사에서 목적을 향하여 앞만 보고 내달리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절제와 올바른 선택이 아니던가. 이런 전제하에 일시적 멈춤은 정녕 퇴보만은 아닐 것이다. 더 힘차게 인생길을 달리기 위한 준비 및 충전의 시간이라면 지나칠까.   인간은 온갖 욕망으로 점철된 존재다. 쾌락, 식욕, 성욕, 탐욕 등으로 어우러진 그야말로 욕망 덩어리가 아니던가. 요즘 연일 뉴스를 도배하는 일련의 사건들도 인간 본능인 탐욕을 그대로 표출시킨 듯하여 왠지 입맛이 씁쓸하다. 모 여성이 앱을 통하여 남성들에게 접근, 결혼을 빙자하여 많은 돈을 사기를 친 내용만 해도 그렇다. 이 사랑 사기극에 걸려든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는 뉴스엔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또한 유명 여성 운동 선수와 결혼을 발표한 어느 여성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상식 밖의 내용이 전부여서 귀를 씻고 싶을 정도다. 두 사람 사이 사건 전모全貌야 어찌됐든 여성이 아무리 성전환 수술을 했기로서니 어찌 임신을 시킬 수 있으랴. 무엇보다 여성이 남성 성기마저 갖춘 후 상대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는 신의 영역 아니던가. 그녀가 저지른 사기 행각을 듣노라면 속마저 메슥거려 구역질이 날 정도다. 그녀는 마치 카멜레온이라도 된 듯 여성 혹은 남성을 넘나드는 변신을 꾀하며 많은 사람으로부터 수십억이라는 거금을 사기를 쳤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그 과정이 그야말로 선을 넘는 일들이 전부다.   어찌 힘 안들이고 세 치 혀끝만 놀려서 남의 피 같은 돈을 거저 챙길 생각만 한단 말인가. 설령 이런 충동이 내면에서 솟구친다하여도 냉철한 이성으로 자제를 해야 했다. 인간 욕망을 적절히 절제 할 수 있는 지혜는 인간만이 지닌 능력이다. 마음의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이랄까. 마음의 제어 장치인 양심 및 이성 마비로 인하여 야기惹起되는게 사기이잖은가. 이는 사회 안전판을 위협하는 악의 축 역할을 하므로 보이스피싱, 사기꾼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마땅하다.   오늘도 타인의 재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감히 편취騙取 하려는 사기꾼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꿀벌도 자신이 딴 꿀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언젠가는 이 신세가 될지도 모르므로 제발 타인 눈을 가리는 사기극만은 삼가 해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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