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고경면은 영천의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다. 영천 시내까지는 10㎞ 정도에 불과해 15분이면 닿을 수 있고 인근에 경주시 안강읍과 포항시가 닿아 있어 사통팔달 교통환경이 매우 좋은 곳이다. 고경면의 면적은 120.7㎢로 영천시에서 가장 넓고 37개 법정리와 45개 자연마을이 있는 매우 규모가 큰 면이다. 그러나 아직 도시화가 덜 진행된 상태여서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지만 반면에 개발의 여지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고경면의 오룡리는 경상북도의 대표적인 누에 치는 마을이다. 오룡리의 양잠업 규모는 상주시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 마을처럼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양잠업에 종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88가구 127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오룡리에서 53가구 104명이 누에를 치고 살아가니 오룡리를 누에마을이라는 부르는 것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오룡리는 도덕산, 자욱산, 삼성산, 중매산, 왕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도덕산에 오르면 포항 앞바다가 보이고 삼성산에 오르면 경주 서면 일대가 펼쳐져 있다. 자옥산 정상에서 보면 경주시 안강읍의 넓은 들판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중매산에 오르면 영천 시내가 굽어 보인다. 오룡리는 이 같은 영천시 동쪽의 주요 산들에 둘러싸인 1급 청정지역으로 사람이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주민들은 누에를 치면서 벼농사와 고추, 생강농사를 함께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오룡리의 고추는 누에를 치는 마을이어서 농약을 뿌리지 못하기 때문에 친환경 고추라는 소문이 났다. 주로 영천과 안강시장에 내다 파는 오룡리의 고추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귀하게 여겨진다.과거에는 영천에서 양잠업이 발달해 대부분 농가가 누에를 쳤으나 지금은 오룡리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오룡리의 비탈은 대부분 뽕밭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오룡리는 양잠업으로 특화돼 있다는 말이다. 오룡리의 할머니들은 누에 박사라고 일컫는다. 그들은 ‘글은 몰라도 누에 치는 데는 박사’라고 스스로 자랑스러워 한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룡리 사람들은 물레에서 실을 뽑았지만 중국산 실크가 수입되고 나서 경쟁력이 떨어졌고 힘이 들기 때문에 지금은 누에에서 실을 뽑는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누에 건강식품으로 전환한 상태다. 오룡리의 양잠가구는 다른 지역의 농업인들보다 소득 수준이 높지만 대부분 고령층이어서 누에 치는 인구가 단절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1965년에 설립된 영천양잠농업협동조합을 통해 기술이 이전돼 대가 끊길 걱정은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일손이 부족한 경우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원되고 누에를 기르기만 하면 조합에서 거둬가 가공,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니 농가에서는 누에를 키우기만 하면 된다. 개별 농가 모두가 뽕밭을 소유하고 있고 간혹 뽕이 모자랄 경우에는 조합 소유의 뽕밭에서 지원을 받는다. 오룡리에는 최근 들어 인구가 차츰차츰 늘어나고 있다. 다른 농촌에서는 부러워할 만한 현상이다. 최근 5년간 약 12가구가 귀촌을 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주민들은 1급 청정지역이어서 자연환경이 더 이상 쾌적할 수 없고 경주이씨와 경주최씨 집성촌이어서 자녀들이 고향마을을 찾아 귀촌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누에치는 부자마을에다가 인심좋은 집성촌이어서 가족적인 분위기인 이 마을에 귀촌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룡리 입구에는 전국 최초의 자연장지인 인덕원이 있다. 경주최씨 진사공파의 문중묘다. 이 집안의 문중회장이 2000년 장사문화를 개혁하기 위해 문중과 의논해 조성했다. ‘만물은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자는 의도였다. 이 장지는 2010년 보건복지부가 자연장 발상지로 인증했다. 오룡리는 경주시와 영천시의 시내버스가 모두 들어오는 마을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영천시장과 안강시장을 번갈아서 이용한다. 거리상으로는 안강시장이 12㎞로 영천시장의 22㎞보다 가까워서 주민들은 안강시장을 더 많이 이용했다. 옛날 사람들은 소를 몰고 인근의 성산지를 낀채 안강시장을 드나들었다고 전한다. 주민들은 시장에 생강, 고추, 배추, 무 등을 내다 팔고 생선, 생필품, 공산품을 사서 돌아왔다. 최우영(77) 오룡2리 이장은 “하늘 아래 오룡리만큼 평화롭고 넉넉한 마을은 없다고 자부한다”며 “오랜 전통으로 이어온 시골인심을 그대로 유지해 외지에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할 생각이므로 많은 분이 오룡리로 삶의 안식처로 삼아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최재열 고경면장은 “안길 포장과 농수로 개선사업 등을 통해 오룡리 주민들의 편익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며 “영천시 정책의 일환으로 오룡리로 이사오는 귀촌인들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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