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먹구름들이 하늘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런 하늘을 보아하니 곧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오후다. 이 때 라디오에서는 희미하게 기타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연주는 한때 내가 존경했던 기타리스트 이병우님 의 곡임을 단번에 알았다.   기타리스트 이병우는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연주 하지만 영화 주제곡을 가장 많이 연주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나는 그 분의 여러 연주곡 들 중에서 ‘비’ 라는 곡을 가장 좋아한다. 오늘 같은 날 딱 어울리는 음악이다. 이 음악 역시 2005년도에 개봉했었던 ‘연애의 목적’ 이라는 영화의 주제곡이다. 이 영화를 관람하지 않아서 사실 이 작품의 내용과 음악을 접목시킬 만한 어떠한 느낌은 떠오르진 않는다.   하지만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는 아련한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보게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살면서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을 사랑을 한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자신이 키우고 있는 애완동물이든 관계없다. 나 역시도 38년간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사랑해 보지 않았다면 새빨간 거짓말 일 것이다.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도 하지만 때론 아픔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그 아픔은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남겨줘서 고통으로 남기도 하지만 때론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어서 더욱 미련으로 남기도 한다. 이처럼 사랑은 양날의 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걸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이라는 깊은 바다에 아무런 계산 없이 풍덩 뛰어든다. 사랑은 이토록 용감하면서 한편 무지한 면도 있다. 사랑을 하면서 머잖아 그 사랑이 변할 걸 잘 알면서도 불변일 거라는 믿음을 갖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으로, 무궁무진하게 서로 얽혀있는 복잡한 양상을 지닌 것 같다. 하지만 잊지 않아야 할 것은 누군가를 많이 사랑했다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후회하지 않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사랑은 그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존재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보니 종전에 어두웠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소리 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으니 예전에 내가 많이 좋아했었던 한 사람이 문득 생각이 난다. 어느 순간부터 아름다운 음악을 들어도 심장이 멈추는 듯한 설레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깊은 회의감마저 일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이 세상에 이미 없었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상실했단 생각에 괴롭기도 했었다. 이런 메마른 가슴에 추억 속에 그는 비가 되어 아련히 심연을 적셔온다, 훗날 나이가 들고 내 심장이 멈춘다 해도 그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작은 공기가 되어 떠돌면, 나의 영혼으로 그를 가득 채워 한줄기 비가 되어 하염없이 내리고 싶다. 지난날 나의 사랑은 이토록 아름다우면서도 이루어지지 못한 탓에 오늘도 그 슬픔이 한 줄기 차디찬 비 (悲)로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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