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는 미국 NASA의 특정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1986년 1월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캐너배럴’에서 발사되었다, 하지만 챌린저호는 발사 직후 불과 일분 여 만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탑승하고 있던 일곱 명의 우주 비행사들과 함께 불꽃이 되어 공중에서 사라지고 만다.   당시 우주개발은 미국의 자존심이기도 했기 때문에 ‘레이건’대통령은 사고원인을 조사하되, 우주개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NASA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을 좀 소극적으로 주문한 것 같았지만, 용기 있는 사람들의 제보에 의해 사고원인에 관한 진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으로 안다.   항공기 조종 경험을 가진 필자의 입장에서, 우주왕복선과 같은 그토록 엄청난 비행체는 아니더라도 인간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에 올라가는 일 자체가 위험부담을 가지는 일임을 안다. 인간이 만든 여타 지면 이동 체와 달리 항공 이동 체는 매우 까다로운 안전규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나 뛰어난 수많은 엔지니어들에 의해 설계되고, 그토록 거대한 조직으로 관리되던 우주비행선이 왜 그런 허무한 참사를 일으키게 되었을까?   우리가 흔히 타고 다니는 보잉747 항공기는 대략 수 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되며 기종에 따라 수천억 원에서 조(兆)원 대 이상의 제작비가 소요되지만, 불과 몇 만 원짜리 하찮아 보이는 부품 하나의 결함으로도 추락하여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은 물론 수많은 탑승객을 천국으로 인도한다.   인류 우주 개발사의 비극으로 기록된 챌린저호 사고 역시, 자동차 등 우리 일상생활에 알게 모르게 대단히 흔하게 쓰이고 있는 고무 재질로 된 오링(O-ring) 한 개의 결함으로 보조 로켓의 연소가스가 누출되면서 일어난 사고로 밝혀졌는데, 결함을 미리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정에 쫓겨 무리한 발사를 강행한 의사결정 과정에 따른 조직적 문제와 안전의식이 크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사회에 빈발하고 있는 산업재해나 안전사고 역시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비용문제뿐만 아니라 조직적 의사결정 구조나 안전 불감증이 대다수 사고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뜬금없는 기억을 더듬게 되었다.   육해공(陸海空)을 누비고 다니는 각종 이동체(移動體)들이 수천에서 수 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듯이,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다양한 물리적 메커니즘과 조직, 그리고 대단히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과연 어떤 조직만이 중요하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특정한 관문의 사람들만 우대받고, 특정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특정한 조직으로만 운영되는 사회는 매우 안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코 유지될 수 없을 것인데, 지금 우리는 과연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흔히들 직업에 귀천(貴賤)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단히 쉽게 큰 부(富)를 취하는 사람과 너무도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생계조차 어려운 사람의 직업에 귀천이 없을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의 직업에 분명히 귀천은 존재하지만, 다만 우리 사회가 유지 기능함에 하찮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특정인만이 VIP가 아니라 어떤 일에 종사하든 모든 사람을 VIP라 생각하는 것이다. 즉, 1조원짜리 우주선도 고무 오링 한 개가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모두 함께 불행해 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누구나 각자의 기능을 하지만 우리 모두가 운명공동체임을 자각해야 비로소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지 않을까? 라는 얘기다. 사고 당시 챌린저호의 총 지휘자 ‘프랜시스 알 스콧’은 대원들과 함께 사망했으며, NASA의 비행 관리자로 알려진 ‘조지 아버거’는 그 후NASA를 떠나 깊은 자책감에 시달리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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