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문화 시대, 예술 경주의 품격을 알리는 좋은 토양이자 터전인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Place C, 회장 최상원)’가 첫 번째 특별기획전으로 경주 기반 예술인 10명의 전시를 마련했다. 경주에 살고 있는 10명 작가들과 경주라는 공동체에 주목한 이번 전시는 ‘경주이스틱’전으로, 지난 11일 플레이스씨 전시관에서 개막한 이후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주 유수 작가들의 작품이 좋은 전시 환경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이번 전시는 플레이스씨와 (사)경주미술협회가 공동 기획한 전시회로, 각각 작가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경주스러움’을 고민하고 탐구한 작품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더불어 10명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서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하다.개성 강한 10명의 작품들은 전통에서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이를 지향하는 플레이스 씨의 가치와 감성에 맞닿아있다. 이번 전시에선 10명 작가의 작품들이 그 각각의 개성이 한껏 되살아나는가 하면, 동시에 결이 다르지 않은 경주작가들이라는 생래적 공통분모를 공감케도 한다. 참여작가는 강민수, 김서한, 박수미, 서지연, 오동훈, 오승민, 이상수, 최영조, 최용대, 최용석 작가 등 경주에서 작업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중견작가들로, 회화는 물론, 조각, 도예, 한지 작업 등 평면과 입체작들이 눈호강을 제대로 선사한다. 이들은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경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구하며 경주를 재발견시킨다. 강민수 작가는 정형화된 정통 산수 실경에다 자신만의 과감하고 자유로운 필치를 운용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전래의 묘사법에서 벗어나 추상성이 짙게 드러나도록 자유롭고 활달하게 붓을 유희한다. 이번 전시에선 특히 부친이 입었던 모시 두루마기를 활용해 향수 어린 소품과 경주의 자연을 담은 서정적 작품을 선보인다. 김서한 작가는 단청의 강한 원색 대비에서 보이는 강렬한 에너지를 한국 미감의 모범으로 삼아 작업하고 있다. 단청에서 사용되는 전통적 색상을 재배치, 재해석해 현대적 도시공간으로 끌어내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박수미 작가는 오랜만에 한지의 본질적 매력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한지를 꼬아 형성된 단단한 덩어리가 요철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 요철은 리드미컬한 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요철의 리듬감은 꼬아 놓은 한지의 견고한 억압의 힘과 상반되면서 오히려 자유로운 사유를 표현하고 있다.서지연 작가는 옻으로 물감을 만들어 신선하고 독특한 매력의 민화를 그리는 작가로, 이번 전시에선 전통 민화를 비틀어 낯설지만 매우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는 전통의 색채와 강건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넘실거리는 작품을 펼쳐 놓았다. 오동훈 작가는 플레이스씨 야외 전시장에서 버블맨 시리즈 등의 조형물로 현대 미술의 주소를 적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원색의 작품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과 희망찬 미래를 시각화하고 있다.   오승민 작가는 모나리자와 경주를 모티브로 한 대형 작품 11점을 선보이고 있으며, 아크릴 물감으로 투명막을 이용해 색채의 확산이나 경계의 흐트러짐을 표현하고 자아 상실 또는 인간 상실과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담담히 그림으로 끌어내고 있다. 신선한 전시콘텐츠로 색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각가이자 화가인 이상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펜과 연필을 사용해 경주의 친숙하지만 주목하지 않는 풍광들을 특별한 감성으로 섬세하게 재현해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치밀한 손길과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회화작들과 함께 조각가로서의 면모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시그니처작인 선인장 조각작품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 기획을 주도한 최영조 작가는 추위를 몰아내는 이른 봄날 매화의 그윽한 세계로 이끈다. 전통문인화를 바탕으로 현대화의 가능성을 찾아 실험적인 길을 걷고 있는 대표적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업과 함께 추상으로의 강한 동력까지 동시에 선보이고 있어 관람자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50여 년 경주에서 전업 화가로 활동하며 지역 화단의 사표로 존경받는 최용대 작가는 분청기법을 회화로 접목시키며 독특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분청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표현해내 시대를 초월한 회화적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특히 비구상으로 진전한 신작도 새롭게 선보이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용석 작가는 붉은색의 진사를 테마로 단순하고 간결한 장식적 조형미에 실용적인 요소를 겸비하면서도 전통의 담박한 멋을 풍기는 도자기 여러 점을 선보인다. 이들 도자에는 길하고 경사로운 감정이 따뜻하게 담겨져있어 다채로운 전시 풍경을 즐기게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플레이스 씨 최유진 대표는 “10명 작가들이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작가 개인의 색깔을 고수하며 현대적으로 나아가는 부분이 플레이스 씨의 정체성과 부합했다. 전시를 통해 10명의 작가들 각각이 자신의 ‘경주스러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이 그로부터 독특한 영감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플레이스씨 첫 번째 특별기획전으로 지역예술가를 배려한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14일까지로 전시 기간도 넉넉하다.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며 연중무휴다. 한 해가 저무는 즈음, 경주의 이미지 제고와 지역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더욱 북돋우는 계기로 작동할 이번 전시를 찾아 ‘경주스러움’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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