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두 떠난 뒤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리니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 `바람의 말`   쓸쓸하지만 잔잔한 울림을 준다. 사랑했던 사람을 곁에 두고 속삭이듯이 이승엔 듯 저승엔 듯 들리는 화자의 대화체의 목소리가 아프게 가슴을 적신다. `우리가 모두 떠난 뒤/내 영혼이 당신 곁을 스치면/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우리가 죽고 난 뒤의 세상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내 영혼이 당신 곁을 스치면 그때 그 바람이 봄 나뭇가지 흔드는 무심한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말아 달라고, 그것은 당신을 그리워하는 내 영혼의 목소리라고, 시속의 화자는 부탁한다.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그대 알았던 이승의 한 모서리에 그리움의 꽃나무 한 그루 심어 우리들 사랑의 징표로 삼겠노라고. 그 나무 꽃피우면 모든 괴로움도 꽃잎되어 날아갈 것이라고.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지 말자고, 삶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롭겠지만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도 참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한다. 세속의 일은, 참을 수 없이 헛된 일이지만 착한 당신,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도 기울이며 살아가라고.   그 소리는 단순한 바람소리가 아니고 내 생전의 모습이라고, 가끔 멀리서 오는 내 영혼의 말소리도 들어보라고, 착한 당신, 내 영혼의 손을 잡아 보라고 말한다.  시는 마음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즉 시는 우리의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영혼의 행보를 따라가는 시, 아름다운 한 편의 시는 각박하고 거친 우리의 삶을, 윤기있는 포근한 말로 감싸주는 빛나는 언어의 세계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