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없다"며 "보름달은 항상 지고, 초승달은 항상 차오른다"고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에서 떨어져나와, 그것도 전직 당 대표가 주도해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로서는 이준석 신당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지 미지수다. 일단 전날 출범한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회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기대만큼 동력을 얻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과 여권의 혁신 실패를 신당 창당의 지렛대로 삼아왔는데,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탈바꿈하면서 여권을 향해 쇄신의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는 탓이다. 신당 성패의 관건인 동반 탈당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준석 신당에 주목하는 이유는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극에 달해있는 정치적 환경에 있다. 제3지대를 기반으로 하는 신당이 늘어나면 유권자들의 선택 폭을 늘리면서 양당제의 폐해를 일정 정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미 제3지대에는 신당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지난 6월 `한국의희망`을 창당한데 이어 이달 초에는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새로운 선택`의 공동 창당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구체화하고 있고 조국 전 법무장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치공학적으로 정책 노선을 연대하거나 지역 연합을 꾀하는 이른바 `빅텐트` 구상도 나온다. 우리 정치사를 돌아보면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이합집산됐다 결국 거대 양당에 흡수되는 사례가 많았다. 2004년 탄핵 이후 몰락의 길을 걸은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 등 충쳥권에 기반했던 제3당, 20대 국회를 거치며 명멸했던 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이 그랬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대 양당의 정쟁과 기득권으로 점철된 정치판을 확 바꾸라는 것이다. 양당제 극복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는 신당은 아무리 많이 만들어져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 정치의 퇴행일 뿐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당` 자체보다 새로운 `정치`를 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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