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자, 경주 지역 대규모 개발사업인 천북관광단지 조성 사업도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경주시도 동서남북 新관광단지 조성 추진 공약사업에서 배제하며 사실상 포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지난 11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통과된 가운데, 앞서 모기업인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신청 때 부터 태영건설 살리기를 위한 유동성 마련으로 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태영건설의 지주사인 TY홀딩스는 이달 초 산업은행이 시장가치 3000억원대로 평가하는 종합레저기업인 블루원 담보 제공·매각을 통한 손실분담 계획을 밝혔다.경주 등에서 골프장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블루원의 매각은 이미 추진 중이다. 블루원은 경주에 위치한 27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 디아너스 CC와 24홀 규모의 골프장 루나엑스 CC도 보유하고 있는 관계로 매각과 함께 태영건설이 추진하고자 했던 지지부진한 `천북관광단지` 계획도 자연스레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태영그룹은 2016년 5월 경북도·경주시와 천북관광단지 및 보문 빌리지 조성사업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천북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해왔다.무장산, 보문관광단지 등과 연계한 경주시 천군동과 암곡동, 천북면 일원 764만㎡ 부지(태영그룹 매입부지)에 총 1조200억원을 투입해 SBS촬영장, 엔터테인먼트장, 생태수목원, 호텔, 콘도, 테마파크, 골프장 등 7개 주요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투자는 계열사인 (주)태영건설을 통해 운영은 (주)블루원에서 맡기로 했다. 천북관광단지 조성에 8200억원, 보문단지 최고급 빌리지 조성에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남부권 종합휴양관광단지가 조성되면 신규 일자리 8500여 명 창출, 인구유입, 지역인재 우선채용 등 경기 파급효과를 기대했지만 당초의 기대와 달리 사업은 지지부진했다.지난 2016월 5월 협약서 체결이 후 1년 반 동안이나 사업추진이 답보상태에 놓이자 천북면민들은 행정당국의 늑장행정을 질타하는 청원서를 내는 일도 벌어졌다.다행히 2017년 말 경주시가 제출한 `2030 경주시 기본계획` 안에 블루원 천북관광단지가 포함됐고, 이후 경북도 승인을 받았다.보문빌리지 유원지 신청, 천북관광단지 지정신청 등의 행정적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2019년 골프장 부지의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이 완료되고, 그 외 관광단지 조성부지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접수되면서 사업도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됐다.하지만 사업시행사인 태영건설은 지난 2020년 5월 가장 중요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과정에서 돌연 관광단지 지정신청을 취하하고 협의를 중도 포기했다.천북관광단지 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보전녹지지역·보전관리지역·농림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용도지역을 계획관리지역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 관광단지 지정은 환경청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결과, 사업계획 남측 경계가 경주시의 취수원인 덕동천 수계와 연접해있고, 사업부지가 위치한 사면이 취수원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취수원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결국 수년이 지났지만 천북관광단지사업은 첫삽도 못뜬 채 태영건설의 골프장 사업 허가만 지켜냈고 지난 2021년 10월 천북관광단지 사업구역 내에는 당초 18홀보다 규모가 커진 24홀 규모의 루나엑스 컨트리클럽만 들어서게 됐다. 골프장 조성 과정에서도 태영건설은 1만715㎡에 이르는 산림을 불법 훼손했고, 이로 인해 검찰에 송치돼 법적처분을 받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이러한 상황에서도 지난 2022년 ㈜태영건설이 경주천북관광단지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에서 걸림돌이 된 취수원 오염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숙박시설 조성부지를 완전히 바꿔 새 계획안을 수립하려고 했다.약 4000억원으로 개발계획안을 축소 수립해 생태휴양정원 중심의 경주천북관광단지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것으로 당시 확인됐다.지난 2021년 11월 경주시에 통보한 천북관광단지 계획안에 따르면, 암곡동 산200번지 일원 내(면적 159만4803㎡)에 생태휴양정원 중심의 숙박·상가·관광·오락 시설 등을 1, 2단계로 나눠 추진할 계획이었다.개발사업을 1, 2단계로 나눠 쪼개기로 추진하려는 것은 앞서 관광단지 지정 신청 시 환경영향평가에서 제동이 걸린 경험 때문으로 파악된다. 숙박단지 오수처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호텔·콘도·리조트 등 숙박단지 시설을 당초 사업예정지가 아닌 골프장 윗편 부지로 새로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와 관련해 태영건설은 우선적으로 루나엑스 골프장 관련 관광숙박시설(골프텔, 8761㎡, 7층 규모 140실)을 짓기 위해 지난 2020년 8월 경주시에 착공계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당시 태영건설 관계자는 "신규 계획안에서는 숙박단지 시설을 골프장과 인접한 부지를 활용해서 집중 배치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주시에 통보한 계획안 자체도 저희가 공식적으로 접수한 건 아니다"라면서 "현재 회사 자문단과 전체적인 마스터 플랜 수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최근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천북관광단지 추진은 더욱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렸다.경주시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태영건설 측에서 경주천북관광단지 관련 신규 계획안을 제출한 적이 없었다"면서 "태영 측의 관광단지 지정신청 철회 이후 공약사업에서도 배제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금경색 등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태영측에서) 관광단지 조성 추진은 사실상 포기상태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지역 건축업계 A씨는 "수년째 지지부진하던 사업을 골프장 허가만 받고 무산시켰고, 또 골프장과 연계해 돈이 되는 사업인 골프텔과 숙박시설을 목적으로 재추진하려 했다"며 "1조200억원이라는 거창한 공수표를 남발한 관광단지개발 사업으로 경주시가 8년의 허송세월을 보내며 속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곳 뿐만아니라 북경주·서경주 등 지역 내 거창한 관광단지사업계획들이 오로지 골프장을 짓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경주시에서 꼼꼼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지난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최대 4개월간 태영건설은 금융 채무가 유예되며, 채권단 주도의 자산·부채 실사가 진행된 이후 4월 11일 2차 채권단 협의에서 기업개선계획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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