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가 추가 적발되며 그 규모가 2천억원대로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개사를 대상으로 2021년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작년 말까지 불법 공매도를 전수조사한 결과 9개사가 164개 종목에서 총 2천112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한 혐의가 발견됐다. 앞서 금감원은 작년 10월 글로벌 IB인 BNP파리바·HSBC(556억원), 올해 1월 A·B사(540억원)에 대해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밝혔는데, 이번 조사에서 A·B사의 위반 규모가 1천168억원으로 확대됐고, 나머지 5개사도 388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불법 무차입 공매도의 유형도 다양했다. 외부 대여 혹은 담보 제공된 처분제한 주식의 반환 확정 전 매도 주문, 차입 확정 전 매도 주문, 내부 부서 간 주식대차 과정에서 이미 대여된 주식의 타부서 매도, 소유주식 중복 계산, 보유잔고 확인 미흡에 따른 무차입 공매 등이 적발됐다.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불법이 발생하고 방치되었던 시스템상의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미공개 정보나 불공정 거래와 연계된 불법 공매도보다는 잔고 관리와 관련한 문제가 많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공매도는 특정 기업의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될 때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나중에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매입해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이다. 이런 기법은 고평가되거나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는 종목에 대한 과도한 거품을 막고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을 억제하는 등 순기능이 적지 않지만, 개인과 기관 간에 대주 상환기간, 담보 비율 등에 큰 차이가 있는 등 불공정 경쟁 논란도 일으켜 왔다.금감원은 기관 투자자의 자체 전산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고, 중앙 시스템을 통해 모든 주문을 재검증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매도 전산화 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이런 이중 검증시스템의 시행을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고 시스템 구축에도 1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던 공매도 재개 시점은 이런 제도 보완책의 진척 상황과 맞물려 검토되어야 한다. 다만 공매도 전면 금지가 오래될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 하락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만큼 제도 개선을 서둘러 완료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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