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더스는 그의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인구증가로 인한 인류파멸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 나라 인구는 광복 이후 60년만에 3.5배 가량 늘어났다. 맬더스의 예언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류는 아직 멸망하지 않고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식량생산도 지난 세월 동안은 수급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의 경고를 받아들인 인류가 일정수준의 인구증가 이후 경각심을 갖고 피임방법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인구억제정책을 쓴 탓도 있지만 농업기술의 발전도 인류번영에 큰 몫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최근들어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농산물 값이 다시 폭등하고 식량민족주의, 식량안보주의가 팽배해져 고루 나눠먹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인구와 식량의 균형도 깨져 신(新) 인구론이라고 할 만한 역설적인 인류멸종운동(voluntary human extinction movement)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자발적 인류멸종운동은 인류의 출산율을 제로상태까지 끌어 내리자는 운동이다. 엄격히 피임하고 그래도 아기를 갖고 싶으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를 입양하자는 주장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은 원상을 회복해 깨끗해지고 풍요로와 질 것이라는 것이 인류멸종운동자들의 이론이다. 그들은 환경파괴와 유전자실험, 낙태, 무분별한 개발을 새로운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경에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축복은 이들 새로운 악으로 인해 저주받고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단테는 그의 저서 신곡에서 교만과 탐욕, 식탐, 색욕, 분노, 시기, 나태 등을 악으로 열거했지만 그들은 인류가 생육하고 번성할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야말로 악이라고 규정한다. 그 행위는 마침내 전쟁이나 환경파괴, 돌이킬 수 없는 병으로 비자발적인 멸망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인류멸종운동은 그런 비자발적멸망을 피해 가늘고 길게, 평화롭게 다른 종(種)과 공존하면서 살자는 것이다. 북극의 만년설이 녹아내려 속살을 드러내고 남극의 빙벽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체라 할 만하다. 지구는 과거 5,580만 년전,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기가 있었다고 한다. 잇단 화산폭발로 탄소배출이 3배가량 늘어나 평균온도가 5도나 상승했고 그로인해 곤충의 개최수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식물도 빨리 자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곤충들이 열대지방 뿐만아니라 북극까지 진출해 식물들을 먹어치워 생태계가 큰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식량난은 물론 전염병의 창궐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거처럼 메뚜기와 곤충이 사람이 먹어야 할 식량을 마구먹어 치울 것이라는 것이다.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페스트가 또다시 창궐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그 징후는 최근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나타나 WHO는 페스트를 ‘다시 창궐하는 질병’으로 지정했다. 변종바이러스가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도 질병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질병과 식량난의 원인이 환경파괴와 그로인한 탄소증가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최근 일찍 찾아온 장마비와 이상기후로 인한 국지성 폭우를 겪으면서 멜더스의 인구론과 자발적 인류멸종운동울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발로인지 모른다. 인류는 멜더스의 인구론을 식량증산이라는 녹색혁명으로 비웃어 왔다. 그러나 그 식량이 다시 인류의 목을 옥죄고 있다. 어쩌면 자발적인 인류멸종운동이 그 대안이 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의 추세라면 인류는 그렇게 이행되어 가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다. 맬더스의 인구론에 대항하는 이론이 자발적 인구멸종론으로 귀결되기 전에 인류는 가장 합리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지구는 지금도 탄소의 과다배출로 더워지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서는 지구환경의 변화로 재난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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