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건축을 아우르고 건축은 도시를 이룬다. 아름다운 건축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든다. 로마, 파리, 암스텔담 그리고 프라하는 도시가 건축이요. 건축이 곧 도시이다.  건축가들은 곧잘 `건축(architecture)`과 `건물(building)`을 구별하여 말한다. 건물은 실용적 기능성에 그치는 경우이며 건축은 문화적 가치성을 발하는 경우이다. 건물은 소리일지언정 언어가 못되며 리듬일지언정 음악이 아니다.  엥겔지수는 배고픈 시절의 삶의 수준 척도로 자주 인용되었다. 가계지출에서 식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맛을 음미하고 건강식을 찾고 즐거운 음식문화를 추구하는 시대에는 의미가 없어진다. 주거수준 역시 주택의 절대량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1인당 주거 면적을 잣대로 삼을 수 있겠으나 문화 가치성에 이르러서는 별반 의미가 없다.  건축은 이제 편의성과 실용성에 더한 알파 가치로 평가될 시점이다. 예를 들면, 산업단지 내의 공장 사무동이 건축상을 수상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일반 생각으로는 `지나친 투자`라는 의구심에 회사대표는 `진정한 투자`라 답한다. 방문한 바이어나 소비자는 별다른 제품설명 없이도 건축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저절로 품질 우수성을 인정하게 되어 건축이 수익증대를 견인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물체로서의 건물에 머물지 않고 건축 스스로 자체 역량을 발휘하는 일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살며, 건축 안에서 생활한다. 도시는 시민 생활의 터전이며,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다. 우리의 온갖 활동이 도시에서 이루어진다. 건축은 그 속에서 그야말로 필수 불가결한 체험의 공간이기에,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의미 없는 삶은 허망하다. 인생에 있어 의미처럼 건축과 도시는 풍부한 의미를 지닐 때 생명력을 갖는다. 건축공간에 풍요로운 내면을 담지 못하면 훌륭한 건축이기 어렵다. 오래도록 면면한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건축과 도시를 위한 의미부여 전략 세 가지를 꼽아본다.  첫째 남다른 나만의 특성이다. 넘버원(no.1)보다는 유일함(only one)이 미래 가치로 빛날 수 있다. 도시는 역사와 문화로 이미 남다르다. 그러한 장소가 품어온 축적된 인문적 유전인자의 항구성에 그 도시의 내일이 있다.  둘째 눈길과 마음을 당기는 힘이다. 참 살맛은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교양과 합리성을 넘어 멋을 더할 때 매력 넘치는 사람이 되듯이, 도시와 건축은 우리에게 즐거운 체험을 주는 매력적 공간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셋째 자연환경과 지속적인 관계 맺음이다. 인위적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으뜸가는 전략이 자연과의 연계이다. 인공성이 가속될수록 자연성에 목마르다. 건축행위만큼의 녹지조성량을 확충하는 환경 총량 도시로 가꾸어져야 한다.  이렇게 건축과 도시는 삶의 의미를 제대로 담아 문화가치로 빛나야 하리라. (후속 칼럼에서는 경주의 구체적 현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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