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방폐장 유치지역의 기업유치 인센티브 약속을 외면한 채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원전 최강국 건설 추진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시민들은 새로운 원전 정책 추진에 앞서 생명을 담보로 유치한 방폐장 인센티브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한 원전전문가는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할 당시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기 전이라 위험에 대한 사회적 담론 형성이 부족했다”며 “그런 상태에서 투표율이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방폐장을 건설하겠다는 함정을 판 것”이라고 주장했다.또 “방폐장이 들어서는 곳보다 넓은 범위인 경주시 전체 의견을 묻고 더 가까운 울산 북구 지역은 배제했다”며 “겉으로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가지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속임수가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경주시민들이 방폐장을 불신하고 항의를 계속하는 것은 정부가 방폐장 유치 때 약속한 인센티브를 지키지 않아 경제적 파급효과도 없고 방폐장이 지역에 대한 기여도가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특히 이슈가 된 핵폐기물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은 90년대부터 줄곧 입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아직 영구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해 핵폐기물은 무작정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쌓여만 가고 있다.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장 입지 선정 문제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회 갈등을 초래했다. 폐기물의 안정적 관리는 영구적이어야 하는 특성 때문이다. 정부는 1980년대부터 국내에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려 했으나 10여 차례의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앞서 정부는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우선 선정하기로 하고 신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 끝에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을 확정했다. 경주 지역민들이 중 저준위 방 폐장을 수용한 데에는 고준위 방폐장은 같은 지역에 두지 않는다는 법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한 지역에는 고준위 방폐장을 지으면 안 된다.또한 중저준위 방폐장 입지 선정 이후에도 결국 고준위 방폐장 입지는 현재까지 여전히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원전 부지 내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쌓아두는 동안 월성원전에는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저장률이 2021년 한때 99%에 육박했다. 2022년 3월 임시보관시설인 맥스터를 추가로 7기 더 증설하면서 저장률은 떨어졌지만 임시 조치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여서, 정부 입지 선정 실패 사례를 되짚어 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한편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로서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원전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담보 없이 급발진해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아직 국내는 원전이 안전운전 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스리마일섬 사고(1979), 체르노빌 사고(1986), 후쿠시마 사고(2011)를 거치면서 불신은 여전하다.원전 사고를 겪은 서구사회에서는 원전 안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국내에서는 이 과정이 부족했고, 정부도 안전 문제보다는 경제적 보상을 제시하는 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경주시민 A(57)씨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친원전 정책은 환영하지만 원전 건설에 앞서 생명을 담보로 유치한 방폐장 유치 때 공약한 기업유치 인센티브 약속을 아직 지키지 않고 있다”며 “혐오 시설 방폐장을 타지로 가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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