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르스트의『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최고의 책이지만 최고로 읽기 어려운 책이다. 독서가들도 이 책을 일생에 한 번은 꼭 읽기를 꿈꾸는 책이다. 읽고는 싶으나 읽기가 쉽지 않은 책으로 유명하다. 마르셀 프르스트의 대하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노벨연구소 선정 최고의 책이며, 전세계 문학 사이트에서 뽑은 ’최고의 책 리스트‘ 에서 모두 모아 알고리즘으로 환산한 통계에서도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소설 1위로 뽑혔다. 국내 서울대에서 최고의 고전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푸르스트는 1909년부터 1922년까지 14년간 오로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매진했다. 병약한 몸에 지독한 천식 때문에 코르크로 문틈을 막고 이중 덧문으로 외부를 차단한 채 글쓰기에 몰입했다. 51세 나이로 페렴으로 사망할 때까지 원고를 가다듬었으며 총 7편 중 5편부터는 사후 5년 만에 유고작으로 출간될 수밖에 없었다. 프루스트가 인생을 바친 필생의 역작이었지만 출판 당시 여러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고, 결국 자비로 출간할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 있었다. 그후 콩쿠르상도 받고 훈장도 받긴 했지만, 처음부터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최고, 최대의 위대한 소설,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소설기법으로 쓴 심리주의 문학의 최고의 걸작, 이외에도 이 책을 수식하는 찬사들은 너무 많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이 있다.(앙드레 모르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더불어 20세기 2대 걸작 중 한 편이다. 이들을 읽지 않고 문학을 논할 수 없다.’ (T. S. 엘리엇) ‘프루스트 이전의 소설들은 모두 여기로 도착하고, 이후의 소설들은 모두가 여기서 출발한다.’ (E. R.커티스) ‘진정으로 내게 가장 큰 체험은 프루스트이다. 이 책이 있는데 과연 무엇을 앞으로 쓸 수 있단 말인가?’ (버지니아 울프)‘한없이 다시 읽고 또 일고 싶은 작품’ (시몬느 드 보봐르)세계적 유명 작가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찬사를 보탰고 이들 외에도 프루스트를 호명한 작가들은 수두룩하다. 또한, 제임스 조이스, T. S. 엘리엇, 질 들뢰즈, 카프카 등 많은 작가들에게 직간접적 영향을 주었다. 어쩌면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소설가를 위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학 전공자 또는 극소수의 독서가를 제외하곤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은 많지 않다. 시작은 했으나 중도 포기한 사람, 아니면 겨우 한두 권 정도 읽었을 경우일 것이다. 본인도 그중 한 사람이지만 머지않은 시간에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책이 어려운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길며 내용이 4,000페이지에 이를 만큼 방대하다. 예술작품에 대한 묘사 부분이 너무 많고 여타 소설과 달리 사건 중심보다는 내면 심리 위주로 전개된다. 이러한 난독의 고통을 잘 극복하면, 극소수의 독서가들만이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의 세계에 당도할 것이다.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에, 그냥 책 한 권 읽기가 어려운 시절에, 더군다나 험난한 산을 오르는 고통보다 심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을 읽어낸다는 것은 엄청난 일로 여겨진다. 최근 원로 불문학자 정명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흔둘 나이에『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2권 완독한 후 나름의 비판적, 분석적 시각의 생각들을 보태어『프루스트를 읽다』(현대문학)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하루에 한두 시간씩, 5년간 마라톤 독서 끝에 젊은 사람들도 읽기 힘든 이 책을 읽어낸 걸음에 진심으로 큰 박수로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책 속에는 홍차에 적신 마드렌 과자를 맛보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른바 ‘마들렌 효과’ 또는 ‘프루스트 효과’라는 용어가 이 소설의 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냄새의 기억 자극 효과를 뜻하는 이 효과는 실제 의학적,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기도 했다. 마들렌 과자에 홍차를 곁들이며 우리들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으러 가보면 어떨까? 잃어버린 시간, 내면의 미로 속으로 걸어 들면 어떤 풍경들이, 어떤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질까? 프루스트가 오랜 고통으로 이 책을 쓴 이유와 우리들이 힘든 고통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까닭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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