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한민국의 일상을 멈추게 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기업과 정부 당국, 그리고 정치권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총체적 인재(人災)로 밝혀지고 있다.  카카오는 자신들의 기본이라 할 데이터 안전 관리 업무를 등한시했고 관계 부처와 여야 각 정당은 데이터 분야 제도 정비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 화재가 한 나라의 통신을 마비시킨 어처구니없는 이번 사태로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나날이 커지는 기업의 덩치에 비례해 인프라도 탄탄하게 구축돼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그 이면은 허술함 그 자체였다. IT 기업의 생명줄이라는 실시간 데이터 백업체계조차 완벽하게 갖춰놓지 않았다.  화재나 지진, 테러 같은 비상사태로 작동이 멈출 것에 대비해 서버를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산해 두는 이중화 작업은 기본 중의 기본에 속한다. 완벽한 백업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으면서 멀쩡한 회사의 사업 부문을 잘게 쪼개는 물적분할로 개인투자자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한 카카오였으니 국민들로선 더욱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가 먹통이 된 동안 자영업자들은 결제시스템 마비로 막대한 영업 손실을 냈고 택시 기사들은 승객 콜을 받지 못해 이틀 연속 허탕을 쳤다. 카카오는 신속한 복구작업과 함께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적절한 배상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초대형 인재의 책임 소재에서 정부 부처도 자유롭지 못하다. 카카오는 민간 업체라고 하지만 국민의 소통을 떠맡은 국가의 중추 신경망에 해당한다.  정부는 당연히 데이터센터 안전과 디지털 재난시 대응 매뉴얼 등 관련 제도를 촘촘하게 정비해놨어야 했는데 정치권만 쳐다보기에 급급했다.  정치권 역시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국가 재난 사태가 일어날 경우 데이터 소실·유출 등을 막기 위해 민간 데이터센터도 `국가재난관리시설 기본계획`에 포함해 관리하도록 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했으나 국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데이터 규제`라며 시장 역행이니 재산권 침해니 불평하는 업체들 논리에 넘어간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출근길 문답에서 카카오 사태와 관련해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국가기반통신망`과 다름없다"며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당장 국가안보실은 범정부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날로 기술이 고도화되는 북한의 사이버 침투나 국내외 해커의 포털 공격으로 나라의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또 다른 교훈을 남겼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도발 수위를 높이는 이때 뒤늦게라도 철저한 데이터망 관리대책을 조속히 만들어 국민 불안을 덜 수 있기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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