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미덕이다. 그러니까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제2차 산업혁명시대 근력(筋力) 노동자를 블루칼라라고 하였다. 그러나 제3차 산업혁명으로 자동화가 시작되면서 화이트칼라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이제 AI가 제4차 산업혁명을 앞 당겨 놓으면서 화이트칼라들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컴퓨팅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직업군도 화이트칼라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제 AI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해야 할 대부분의 지루한 코딩작업조차 순식간에 해치우는 상황이 되었으니, 소위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던 직업군 중에 무엇이 살아남을지 모르겠다.
GPT와 채팅을 하며, 사라질 직업을 질문해 본 적이 있는데, 근력을 사용하는 생산직은 우선이지만, 교수, 법조인, 의사, 은행원, 프로그래머 등 전통적인 화이트칼라 직종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작가나 음악가, 화가 등 예술 분야까지도 안전한 직업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우리는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하였지만, 인간의 창의력이라는 것도 결국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능에서 나오는 것인 바, AI의 진화속도를 감안할 때, 한정된 두뇌 용적과 제한된 지식이나 경험밖에 가질 수 없는 인간이 과연 AI의 창의력을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 발짝 내 디디면 될 지름길을 놔두고 천 리 길을 돌아 갈 수 없기에, 요즘 나는 GPT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인데, GPT의 진화가 어디까지 진행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 GPT가 아니라 아예 사람이 일에서 손을 떼게 할 단계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게 내 추측이다.
Open-AI 사의 뒤를 이은 MS에서 수일 내에 GPT 4.0 버전의 Bing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여, 사용신청을 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물론 맛을 봐야 알 일이지만 텍스트로 시나리오만 주면 3D 그래픽 영상까지 만드는 것은 물론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만들어 낸다고 하니, 이제 그래퍼라는 직업이야 당연히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기대가 커진다.
 
오래 전 모르스 통신사라는 직업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나는, 모르스 부호를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불가침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그 직업이 어느 날 인터넷 통신으로 바뀌면서, 불과 반세기 전 단 한 문장의 전문(電文)을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하기 위해 캐비닛 크기 보다 더 큰 단파 통신기 앞에서 밤을 새운 적도 허다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놀라운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당시의 변화에 그런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나는 통닭 배달을 하고 있을는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때에도 동료들 중에는 변화를 거부하며 머리띠 두르고 생존권 투쟁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문가가 사라지는 세상,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가진 GPT, 새로운 문명의 이기(利器)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유리할 것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AI를 너무 낯설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AI는 단순한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인류를 에덴동산으로 안내할 메시아의 현출(現出)인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 아직도 쓰이고 있는 구조신호 SOS는 모르스 부호로 '돈 돈 돈 쯔쯔쯔 돈 돈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