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감액을 명분 삼아 지방보조금 행사에 `무차별 삭감`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주시에 따르면, 정부의 세수부족으로 인한 막대한 지방교부세 감소가 예상되면서 의존비율이 높은 교부세 감액을 반영해 긴축재정식의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실례로, 오는 12월께 경주시가 배정받는 2023년 보통교부세는 당초 예상한 6610억원 보다 크게는 1100억원 가량 줄어든 5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10% 이상의 교부세 감액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경주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준비하면서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우선적으로 기존의 지역 행사와 축제 등을 도마에 올려 칼질 중이다.경주시 예산부서는 경북도 보조금이 매칭돼 감액된 행사·축제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10~15%의 시비 보조금 예산을 삭감했다. 행사 하나당 수백만원에서 크게는 수천만원으로 삭감한 예산은 총 60억원 가량(추정치)으로 파악되고 있다.그러나 자주재원 부족으로 시민들이 즐기는 지역 축제·행사 예산은 일괄 삭감하면서도,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큰 랜드마크 형식의 56미터 국기게양대 설치에는 수억원을 투입해 추진 중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경주시는 지난 9월 2차 추경예산안으로 6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세웠고 이 예산안은 경주시의회에 통과됐다. 시는 황성공원에 내년 3월까지 56m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애국심을 높이는 동시에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구상이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정당에서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로 황성공원의 경관이 훼손될 수 있고 시민 공감대도 없어 서둘러 추진한 것은 문제가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또 지자체장 등이 임기 내 단시간에 완성해 치적으로 삼는 전형적인 낭비성 랜드마크 사업의 예라는 지적도 있다.뿐만 아니라, APEC 유치 지원 예산과 관련해서도 올해 본예산(3억원)에서 2회 긴급 추경해 30억원으로 대폭 늘린 후, 이달 초 5억여 원(시비 2억2000만원, 도비 1억원, 한수원 2억원)에 달하는 트롯 콘서트 등 전시성 행사까지 벌여오면서 내년 지역 행사 예산은 낭비성으로 치부해 대거 칼질하는 이중잣대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이와 관련, 경주시민 A씨는 "시가 운용하는 긴축재정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방향성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경북도청의 보조금 삭감을 따라하듯 일괄적으로 시민들이 즐기는 행사만 보란 듯이 칼질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여름만 해도 정부의 지방교부세 감액 뉴스로 시끄러웠는데 이때는 세수 펑크 문제가 없는 것처럼 시민들 다수가 반대하는 목적성도 불분명한 수억원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당당하게 추진했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교부세 감소의 영향으로 자주재원 부족이 우려돼 우선적으로 도비가 삭감된 기존 행사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삭감을 감행한 것"이라며 "꼭 필요한 신규 행사와 사업 등은 또 새로 반영됐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삭감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게양대 설치 예산과 관련해서는 "당시 정부의 교부세 삭감을 예상하지 못했고 `상저하고`에 따라 하반기에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면서 "(국기게양대는) 이미 추경에서 의회에 통과된 예산이기 때문에 내년 본예산과 상관없이 이월돼 원안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주시는 20일 내년도 본예산안을 경주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주시의회는 오는 29일부터 제279회 2차 정례회를 열어 본예산안 등을 심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