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칭 YS라 일컬어지는 김영삼 전대롱령은 민주주의 신봉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선진화에 기여해온 박정희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반해 그는 유독 독재자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얼마전 당선 인사차 방문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앞에서도 그같은 독설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만큼 그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나타낸 표현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대선 때에도 ‘군정종식’과 ‘민주’를 이슈로 내세웠다. 독재와 군정은 그에게 있어선 투쟁의 대상이었고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관념이 깊이 자리잡고 있다. 19일 간의 긴 단식투쟁도 반민주와 군정독재에 대한 저항이었다. 40대 기수론을 내세우고 대통령에 출마할 듯을 밝힐 즈음 그의 지론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념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당선 이후 가장 먼저 단행한 것이 하나회 해체였다. 그는 지금도 하나회의 해체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 재직시절, 재야에 있으면서 민중의 힘을 믿었던 그는 측근들의 부패를 가장 진솔하게 사과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대통령으로 일관해왔다. 그래서 IMF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겪었지만 도덕성에 있어선, 민주화에 관한한 재론이 없다. 그런 YS를 신봉하는 사람 중 하나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이다. 그는 부모님 외에는 큰 절을 올리는 대상이 YS 뿐이라고 했다. YS가 즐겨 쓰는 휘호가 대도무문(大道無門)인데 비해 홍준표는 척당불기(倜儻不羈), 즉 기개가 있어서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YS가 발굴해 정계에 입문시킨 탓인지 두 사람에게선 닮은 점이 엿보인다. 홍준표 대표는 사석에선 지금의 대통령과 호형호재하는 사이이다. 그런 홍대표가 최근 가진 방송기자클럽과의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서슴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서민정책, 대북정책과 외교 등에는 비교적 높운 점수를 줬으나 인재등용과 정치력에 대해선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야당시절에는 저격수로 맹위를 떨치며 참지 못하는 성격에 때론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그의 말은 언제나 타당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이번 방송기자클럽의 발언도 척당불기라는 그의 신념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의 인재풀은 일찍부터 고소영이라는 빈정거림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고려대학, 소망교회, 영남이라는 인재풀이 가동됐다 해도 달리 변명할 소지가 빈약한데다 최근에는 돌려막기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인재를 널리 등용하는데 있어선 나름대로 한계가 있지만 농공행상의 현상마저 엿보이는 것이다. 국회와의 거리에서도 대통령의 정치력을 의심하는 부류가 많다는 것은 사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은 귀 기울여야 할 사항들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이다. 더 넓은 인재풀을 가동하고 현안에 대한 정치력의 가동이 절실하다. 임기말 대통령에게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라는 충고는 설득력이 약하지만 대통령의 정치력은 남은 임기동안의 과제이다. 한미 FTA와 대북관계, 국민화합을 위한 정치풍토개선, 선진대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헌법개정과 새로운 국가정체성의 확립 등에 거국적 합의를 일궈내는 것은 다음정권으로 미룰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정치 매카니즘에 관한한 신선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1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정치도 점차 총선과 대선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자천타천 잠룡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그들의 물밑 움직임도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역사는 흐르고 권력은 시드는 법이다. 그 과정에서 치적은 남고 잘못은 후세 사가들의 평가대상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일성 중 하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였고 지금까지 그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바라건데 인재 등용도 중요하고 정치력도 절실하지만 실사구시는 이대통령의 최대 화두이다. 747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해외여건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그 기반을 잃지 않고 매진해야 한다. G20을 국가도약의 발판으로 여기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꼭 성취해야 할 일은 국격상승과 선진대국 진입이기 때문이다. 국가중흥은 모든 정치적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홍대표의 충고가 대통령에 어떻게 닿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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