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는 단순히 농업용수를 충당하는 기능만 하지 않는다. 해당 지역의 생태계와 자연을 유지하고 경관 기능까지 담당한다. 물은 인류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며 저수지는 한 마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안강읍 청령리 산막골의 저수지가 갑자기 말라버린 것은 청령리 주민들에게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멀쩡하게 수십년 제 기능을 다해오던 저수지가 하루아침에 거북의 등처럼 갈라진 바닥을 드러냈을 때 주민들이 가졌던 당혹감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울산-포항간 복선전철화 사업의 7공구에 터널을 뚫은 후 생긴 일이다. 주민들은 40m 정도 떨어진 터널 발파작업 후 이 같은 현상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일시적인 가뭄 현상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만약 발파작업으로 생긴 일이라면 저수지에 물이 찼다가 빠지는 일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틈이 메워질 수도 있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시공사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해 물부족에 허덕이던 주민들이 내년이면 멀쩡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현재 청령리의 개울도 바싹 말랐다. 한 마을의 정서가 말라간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물이 말랐다는 개념을 넘는 일이다. 공학적 측면에서 따지거나 양수장을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삶의 환경과 자연환경은 한번 무너지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청령리 주민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조용하고 수려했던 마을이 한순간 버석하게 말라버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청령리의 저수지는 두 곳으로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현대 토목공학 기술로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하수 관정을 뚫는 것은 미봉책이다. 더 이상 저수지의 기능이 사라지기 전에 정밀한 진단을 통한 근원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여기에는 주민들과 시공사, 경주시가 합심해야 한다. 특정 집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도 불화를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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