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은 역사도시의 상징적 존재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대표적인 역사도시에 왕궁이 있다. 무너져 버렸다면 복원해 뒀다. 관광객들은 왕궁을 방문해 그곳의 유구한 역사를 더듬는다. 관광 자원의 핵심이며 출발점이다.신라의 왕궁은 터만 남아있고 복원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한반도의 역사 중 1천년에 가까운 도읍이었고 그 도읍의 중심이었던 왕궁이 터만 남아있었다는 점은 우리나라 관광정책이 얼마나 수도권 중심으로 허술했는지를 말해준다.신라 왕궁이었던 월성 복원에 대한 의지는 벌써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월성에 있던 농지를 정리했고 숭신전도 옮겼다. 그것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복원은 전면 백지화 된 채 방치됐다. 대중가요 ‘황성옛터’의 가사처럼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렀다.최양식 경주시장이 취임하면서 내놓았던 왕궁복원의 의지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 여기에 지난 주말 경주에서 있었던 ‘영호남 지역발전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에서 영호남 학자들이 한목소리로 왕궁복원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결국 경주의 신라왕궁 복원은 경주의 정체성 확보와 함께 한국 문화의 상징성을 회복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그동안 영호남은 서로간에 자신의 지역에 더 많은 것들을 내놓으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고 어느 한 쪽에 쏠리면 거침없는 비판을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한 목소리로 왕궁복원을 촉구한 것은 왕궁복원이 얼마나 중요한 과업인가를 역설하면서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한 목적처럼 영호남 화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볼 수 있다.이제 정부의 결단이 남았다. 왕궁복원은 충분한 고증과 침착한 작업이 요구된다. 월정교와 황룡사 복원에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충분한 연구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하지만 이 시대의 문화재 복원을 위한 충분한 노하우를 가진 장인들이 생존할 때 복원이 끝나야 한다. 또 당국이 더딘 진행을 보이면서 내놓는 이유로는 부족하다. 예산부족이 가장 큰 이유임을 아는 사람은 안다.장부가 왕궁 복원은 경주시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고 과감한 인식전환을 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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