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맞았던 정월 대보름은 설날 이후 처음 맞는 보름날이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빚 독촉도 안 한다는 큰 축제일로 상원(上元) 혹은 오기일(烏忌日)로도 불린다. 정월 대보름의 기원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삼국유사에 그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 소지왕 마립간..
내 정신의 벼랑 끝에선아름다운 여자그녀는 하나의 질문이다내가 안간힘으로 다가서면아득히 물러나고돌아서면 안타깝게 손짓하는매혹의 눈빛보일 듯 말 듯 미소하며가파른 벼랑 길을 소요하는 여자그녀를 바라보면 나는벼랑 끝에 매달린 한 잎의 어둠하늘에는 별빛 가득한데내 가슴을 뛰게..
인간 사회에 있어서, 같은 사람들 사이에 가장 불공평하게 대접받는 것은 차별이다. 차별은 차(서로 다른 정도)가 있게 구별하는 것이다.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과의 차이는 있어도 키 작다고 차별해서는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한 예로, 미국 사회의 고민거리는, ..
날씨가 따스해졌다. 거실을 정리하면서 석류나무를 내놓았다. 까칠한 줄기가 겨드랑이며 얼굴을 사정없이 할퀸다. 다 좋은데 꼭 이놈의 가시가 말썽이라며 지하실 계단을 오르내린다. 뻐꾸기 소리가 뜸해지면 봄도 얼추 끝난다. 오줌 갈기를 내쏘듯 하는 서슬에 거미줄은 성글어..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을사년 새봄에 파면될 수도 있고 생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최후진술에 파면을 상정하진 않겠습니다. 그때는 국민 여러분께서 새 대통령을 선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여기서 저는 그동안 몇 번이나 밝혔던 계엄의 불가피성과 대통령 고..
지난해 10월 10일에 경순왕의 제삼왕자인 경주군 영분공 원소(園所)에서 시제(時祭)를 봉행할 때, 불국사 아래 마을에서 영업하는 K부추떡집에 제수용 본편과 송편 등을 주문하였다. 매번 깨끗하게 정성껏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부탁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떡집 사..
눈만 뜨면 온갖 정보와 마주한다. 그야말로 그것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볼거리, 읽을거리가 참으로 다양한 세상이다. 그 양 또한 어마어마하다. 이를테면 정치, 문화, 세상사, 의학, 요리 등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많은 양은 기억..
우리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났을 때 '그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말한다. 그러나 일어날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반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엄격히 보아 잘..
경기도 포천시 설운동 산 1-14번지에 가면 조선 중기의 문신 약봉 서성(1558~1631)과 부인 여산송씨의 합장묘가 있다. 그는 1586년(선조 19) 문과에 급제한 후 6개 도의 관찰사와 3조의 판서, 사헌부 대사헌, 판중추부사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인..
새해 새 아침이 따로 있다더냐?신비의 샘인 나날을네 스스로가 더럽혀서연탄 빛 폐수를 만들 뿐이지어디 헌 날, 낡은 시간이 있다더냐?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 아침을 새 아침으로 맞을 수가 없고결코 새날을 새날로 맞을 수가 없고너의 마음 안의 천진天眞을 꽃 피워야비로소..
인간사회에 있어서 사람에게는 대중(군중) 심리란 것이 있다. 대중 심리는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자제력을 잃고 다른 사람의 언동에 쉽사리 따라 움직이는 충동적인 심리를 말한다. 그리고 잠자코 있으면 바보 취급을 당할까봐 인정받기 위해 잘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
70년대 초인 30대에 상경하여 서울 종로에 소재하는 중등학교 정교사를 역임하면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하여 두 개의 학위를 취득하고 38세에 여자고등학교 교감을 발령받아 두 해 근무한 후 81년 초에 대학교수로 환향하였다. 계고(稽考)해 보면 그 10년이란 세월..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임레 케르테스의 소설 '운명'을 읽습니다. 부다페스트에 사는 열네 살 소년 죄지르는 어느 날 영문도 모르고 다른 유태인 소년들과 함께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로 끌려갑니다. 아우슈비츠를 거쳐 독일 부헨발트와 차이츠 수용소에서 강제노역..
시뮬라크르 가상공간(假想空間) SNS는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가고 있다. 아날로그 세계는 특정한 장소에 붙박혀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물들은 보관하고 꺼낼 수 있지만, 가상공간은 TV처럼 두께가 있고 무거운 4각형 틀이 필요 없다. 0과 1로 이루어진 시뮬라크르..
올해는 입춘 추위가 유난스러웠다. 이른 아침,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고 써 붙였지만, 뭔가 잘못 돌아가는 요즘 세상처럼 입춘이 지난 뒤에도 눈이 내리고 너무 추워 마음도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날씨가 좀 풀리고 이젠 새봄도 멀지 않긴 ..
이 나이 이르도록 잡기(雜技)와는 거리가 멀다. 친목회에서 벌어지는 고스톱 판에도 못 낀다. 화투의 제 짝도 제대로 못 찾아서다. 한 때 노래방 출입이 성행 할 땐 그곳 가기를 꺼려했다. 음치여서다. 평소 막걸리나 맥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불콰해지니 음주역시 ..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건지산 남쪽 산자락에 오르면 퇴계 이황(1502~1571) 선생의 묘소가 있다. 그는 조선조의 대표적인 유학자로 율곡 이이가 서인들의 정신적 지주라면 퇴계 이황은 동인들의 지주라 할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
부산역 광장에 이어 대구 동대구역 일대가 거대한 인파로 가득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에 결집한 청년들은 기존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다. 학교와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 차분한 일상을 영위하던 젊은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수치를 보면 윤..
남의 일에 끼어들어 아는체 하거나 쓸데없이 대들고 나서는 일을 참견이라고 하고 그러한 행동을 간섭이라고 한다. 그 밖에 국제법에서 다른 나라의 내정이나 외교에 강제적으로 개입하는 일을 두고 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또한 과학에 있어서는 음파(소리의 파동)나 광파..
입춘(立春)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맞이하는 시기로 기온은 여전히 낮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지만,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유난히도 추워 끝날 것 같지 않던 이번 겨울, 어느덧 입춘이 지나고 서서히 봄이 찾아오고 있다. 해빙기는 겨울과 봄의 중간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