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형형색색이요, 들판은 황금물결이니 포암산-만수봉 갈림길-대미산-차갓재-묏등바위-황장산-벌재 일출을 맞이한 포암산은 베바우산이라고도 하는데 암벽이 베를 짜서 펼쳐 놓은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아침밥을 먹지만 차가운 날씨라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조망은 북쪽으로 충주호의 물빛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우측으로 톱날처럼 이어진 월악산 암봉이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으며, 남서쪽의 주흘산은 아름다운 자태와 위용을 뽐내고 있다. 9부 능선까지는 낙엽이 떨어져 낙엽 밟는 소리가 바스락 바스락 박자를 맞추어 귀청을 울리니, 시몽! 그대는 아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10시 2분 꾀꼬리봉 갈림길에 도착하니 하늘재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 주인공 세분이 쉬고 있다. 우리보다 30여분 먼저 출발해 포암산을 오르면서 하늘재에 도착하는 불빛을 보았다고 하며, 첨단 장비인 GPS를 가지고 산행을 하고 있다. 우리는 나침반도 없이 기껏해야 복사한 지도 한 장 뿐인데. 그중 서른일곱살의 노총각 되시는 분은 주 5일 근무를 하지만 쉬는 날은 미리 산행계획으로 가득하여 집에서 맞선을 보고 장가를 가라고 하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하니 정말 산을 사랑하는 분인 것 같다. 그러면서 설악산을 101번, 지리산을 60번 중 50번 이상을 종주하고, 소백산을 50번 등 전국 명산을 내 집 드나들듯 하면서 내년에는 해외 원정을 할 계획이라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왠지 우리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는 느낌이 든다. 11시 10분 우리는 너그럽고 넉넉한 품속을 지닌 문경의 최고봉인 1천115m의 대미산 정상에 우뚝 서서 조망을 즐기면서 다리품을 쉬니, 주위의 경치는 우리를 황홀하게 만든다. 눈물샘은 새목재를 향해 가다 능선 우측으로 100여m 내려서면 있는데 벌재까지 가는 도중에 유일하게 물을 구할 수 있으며 야영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옛 고개인 새목재를 지나 13시 29분 차갓재에 도착하니 동로면 안생달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 뚜렷하고, 소나무 숲 지대를 지나 능선을 오르면 유명한 황장산 묏등바위가 나온다. 지난날 없던 밧줄과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으며, 묏등바위 근처의 단풍은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바위와 어울려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니 입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밧줄을 잡고 암벽구간을 올라선 10여분 후 정상이다. 표지석에는 황장산 1천77m, 원명 작성산이라 적혀 있으며 14시 34분이다. 주위의 명산 조망을 즐기고 있는데, 서울의 야호산악회 회원들이 올라온다. 50대가 주축인 듯, 선두 대장님은 회갑을 훨씬 넘기신 어르신인데도 불구하고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셔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리고 북쪽 문안골의 작성산성은 고려 공민왕때 홍건적의 침입을 피하여 비빈(妃嬪)과 상궁들의 피신처가 되기도 했던 성으로 이끼 낀 사각형의 돌문은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다. 또한 봉산표석이 있는 유서 깊은 산으로 일체의 벌목과 개간을 금지했다고 하며, 황장산이라 불리게 된 것은 춘양목과 쌍벽을 이루는 황장목이 많기 때문이라 한다. 다시 짜릿한 칼날 능선을 타고 감투봉을 올랐다가 왼쪽 비탈길로 내려서고, 985봉을 지나면서 치마바위까지는 암릉의 연속이다. 특히 치마바위에서 바라보는 동로면 들녘은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가운데 천주봉과 공덕산 너머로 운달산의 자태 또한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대간팀을 위해 수고하시는 최병윤 회원님이 벌재에 차를 세워두고 마중하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와 계신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가파른 비탈을 내려가니 16시 58분, 625m의 975번 지방도로인 벌재에 내려선다. 오늘도 16시간 23분에 걸친 산행으로 비록 육체는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12구간 만에 대간의 반을 넘어섰다는 성취감은 이루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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