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맛 보여드리고 싶어요”청국장정식
뽀얀 속살을 내민 두부와 빨간 고추가 보글보글 청국장속에서 식욕을 깨어나게 한다
한전 정문에서 오른쪽 옆길로 가다가 남쪽 첫 골목 안으로 고개를 돌리면 입구에 편안한 나무벤치가 놓여 있는 홍어집이 있다. 30년전 우연히 놀러 왔다가 경주가 좋아서 정착을 하게 되었다는 용수화(54) 사장의 고향은 전라도 영광. 그래서 경주에 정착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문을 연 홍어전문식당, 영광굴비백반식당, 16가지 고명을 얹은 전주비빔밥 전문점 등 업종을 바꾸다가 2001년 겨울 홍어전문점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점점 소문이 퍼져 유사 식당까지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담양에서 가져온 청국장은 부드럽고 단백하며 영양분이 많고, 소화가 잘되는 식품이다. 처음에는 냄새 땜에 망설이다가도 금방 그 깊은 맛을 알게 되어 다시 또 찾게 된다.
반찬으로 나오는 젓갈들과 장아찌는 또한번 입맛을 다시게 한다. 고춧잎을 소금에 절여 양념을 한 고춧잎장아찌, 된장속에 묻어두었다가 꺼낸 깻잎장아찌, 고추장에 무친 더덕장아찌, 쌈 먹을 때 좋은 갈치젓, 따뜻한 밥에 비벼 먹으면 좋은 토하젓, 부드러운 가리비젓, 꼴뚜기젓, 거기다 삼색나물과 갓김치의 맛깔스러움이 입에 착착 감긴다. 어느새 밥 한그릇이 사라질 지경이다.
젓갈들은 모두 전라도 영광에서 용수화 사장의 언니가 직접 담아서 보내준다고 하며 믿어도 좋겠다.
또 한가지 별미는 홍어!
홍어는 지옥의 냄새, 천국의 맛이라 불린다. 오감을 뒤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라고도 했다.
톡 쏘는 맛이 나도록 삭힌 홍어에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곁들인 삼합을 시원한 막걸리 한잔과 함께 먹는 행복감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용수화 사장이 한마디 거든다. “모든 음식에는 궁합이 있다. 간혹 손님들이 이건 빼고 저거 더 넣으라는 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전라도와 경상도 음식을 섞으면 고유의 특색이 사라진다. 경상도만의 음식조리법이 있을 것이고 전라도도 마찬가지다. 전라도 방식으로 차려진 상 그대로를 먹고 느끼면 좋을 것 같다”고.
고단백질 알칼리성 음식인 삭힌 홍어는 영양 또한 뒤지지 않는다. 홍어애탕(내장탕)은 장속 노폐물 제거, 위염 억제, 숙취해소와 관절염, 기관지에 좋으며 감기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끈적끈적 점액은 스테미너 음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홍어의 살과 간에 들어있는 영양소들은 뇌졸중, 혈관질환, 신부전증 예방에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차가운 성질의 홍어는 특히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날 때 먹으면 좋다.
무더위에 지쳐 밥맛 없다고 식사 거르지 말고 맛도 영양도 푸짐한 청국장 정식 어떨까? 아니면 홍어삼합으로 영양보충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