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후기인상주의의 화가 반 고흐를 모르는 현대인은 없을 것이다.
‘해바라기’, ‘가마귀 나르는 보리밭’, ‘자화상’ 등 중고등학교 시절의 교과서에서는 물론 초등학교 때부터 어떤 화가의 그림보다도 많이 보아온 낯익은 그림의 화가, 서른일곱 나이에 고독하게 생을 마감한 이글거리는 영혼의 화가 반 고흐.
그는 생전에 딱 한 점의 그림을 팔았다고 한다. 그의 동생이 지원해주는 약간의 생활비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갔으나 때로는 방세를 내지 못해 그림 한 점을 보름치의 방세 값에라도 팔아보았으면 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돈이 되는 그림은 화상(畵商)들에 의한 상업주의의 경제논리로 만들어지는가 보다. 화상은 부유한 대중의 눈에 호소하여 그에 타당할 듯한 재료들로 포장하고 고객을 매료시키는 방법을 이용해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대중을 유혹할 수 있는 재료는 테크닉이다. 인물이나 꽃, 풍경 같은 쉬운 소재들을 얼마나 똑같이 그려내는가일 것이고 그것을 화려하고 산뜻하게 그려 시각적인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가는 화가는 항상 고독하다. 대중의 눈이나 지식과 생각 그리고 영혼을 뛰어넘는 미학을 가지고 깊은 고민에서 작품을 탄생시키게 되므로 대중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고 그들에게는 항상 낯설어 보이게 되는 것이다.
미술이 순수성을 잃고 상업적인 거래의 산물로 전락해가는 모습이 요즈음 미술시장 전반에 과도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특정 작가풍의 일률적인 형태, 젊은 시절의 시련을 극복하며 평생을 순수의 길에서 고민하며 탄생시킨 작품을 현대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어둔 채, 신인들의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물질적 감각의 그림과 실물을 빼어 닮은 기차게 똑같이 모사한 그림이 별 내용이나 철학 없이 화장되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미술을 흔히 3H라고 한다. 손재주(Hand), 아이디어(Head), 영혼(Heart)에서 탄생되는 산물이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영혼을 위한 보조 수단일 것이며 뛰어난 예술품은 깊은 영혼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