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일손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참 고마운 ‘농촌 인력지원은행’ 옆집 숟가락 젓가락 수까지 알고 지내던 때가 있었다. 따뜻한 봄이면 온 동네가 분주해지던 시절. 우리 농사 다 됐다고 끝이 아니라 모내기든 벼 베기든 과일농사든 이웃집들이 끝이 나야 했다. 더러는 이웃동네까지 원정 가서 도와주기도 했다지... 벌써 옛이야기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농촌은 여전히 이웃과 함께 사계절을 보내고 있다 한다. 기계화 된 농사일이지만 다루기가 만만찮은 대형 기계가 대부분이라 남은 인력으로는 힘에 부칠 수밖에. 그러니 옆집 젊은이 없으면 농기계가 있다한들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일손 부족한 농촌에 도움 주자 법무부 경주보호관찰소와 경주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 4월 3일 보호관찰소 회의실에서 부족한 농촌 일손을 지원하고 보호관찰 대상자의 건전한 사회적응을 돕는 목적으로 업무협정을 체결했다. 이날 양 기관은 농촌 노동력 부족현상을 해소하는데 상호 협력하고 보호관찰 대상자의 심성순화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한다는 협약서에 동의했다. 농촌의 노동력은 해마다 노령화가 심화되어가고 일손 부족현상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또 노동수요가 집중되는 농번기에는 더 심각해진다. 현재 농촌은 65세 이상이 17% 이지만 실질적인 농업 인력은 65세 이상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논, 밭농사 외에 과수, 시설채소 등 노동집약적 소득작목 인력난은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경주시농업기술센터(소장 이태현)와 경주보호관찰소(소장 권기한)가 사회봉사요원을 활용한 업무협약 추진에 합의하고 농촌 인력지원은행을 시범운영하게 되었다. 인력지원은행 벌써 시행 중 농번기 노동수요를 적기에 지원하고 저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과수재배를 실시하고 있는 농업현장 봉사체험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과 농촌 현실에 대한 대상자의 이해를 제고한다는 취지로 시행중인 농촌 인력지원은행. 작년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천북면 일대 수확시기를 놓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 재배 농가에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38명을 투입돼 수확, 선별 및 저장 작업을 도왔다. 또 올해 2월 27일부터 3월 11일까지 관내 친환경 사과재배 농가에 1일 봉사요원 4~7명을 투입, 10여일간 총 75명의 사회봉사자가 투입돼 과수 전지작업, 병충해 예방작업, 잡목 제거 등을 실시했다. 지난 5월에도 26일부터 30일까지 외동, 강동 등 과수 농가에 인력 지원을 했고 호응을 받았다. 일손 지원 누가 받을 수 있나 농촌 인력지원은행은 시기별 인력지원 대상 작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4-5월 배·사과 적과와 봉지 씌우기, 토마토 수확, 8월 포도수확, 9-10월 배·사과·단감 수확 등 특정 시기에 일손이 집중 투입되어야 함에도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번기인 4-5월과 10-11월에는 인력을 집중적으로 파견할 것이며 과수의 경우 다른 농사에 비해 일손이 많이 필요해 이들 농가에 인력을 많이 배치할 계획"이라며 "봉사자들이 젊은 층이어서 작업 효율이 높아 농가의 호응을 받고 있다"고 했다. 농가들이 인력지원을 받으려면 각 읍면동의 작목반을 통하면 된다. 특별한 절차는 없다. 영농법인, 개인 상관없이 작목반장에게 필요 시기와 인력을 신청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 경주보호관찰소 측은 농기센터에서 요청이 오면 봉사하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지역, 연령,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분야를 나누고 인력을 분산시켜 지원하고 있다. 농촌 봉사 효과는 어떤가 농가들은 아주 만족해하고 있다. 지원받은 농가에서 감사의 뜻으로 사과, 배 등 현물을 기증하기도 했다. 또 사회봉사명령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가졌던 부정적인 시각이 성실한 봉사태도를 본 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변화되었다. 봉사자들 또한 대부분이 농촌과는 연관이 없는 탓에 후덕한 인심을 느낄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이 되는 농촌 일손돕기에 흡족해 했으며 농촌현실 체험을 통해 우리 농산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시범사업이라 어려운 점 있다 지역에서는 월 40-70여명의 사회봉사명령자가 발생하지만 상시 대기 중인 인력들이 아니기 때문에 일손이 필요한 시기와 인력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주보호관찰소 이정진 계장은 “농기센터와 유기적인 업무협조로 어려움이 많은 농가부터 우선 지원하고 중복 지원되는 사례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해수욕장 개장에 따른 인력 지원 등 지역 특색에 맞는 인력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또 수혜농가들이 주로 과수농사를 하다보니 여성인력을 선호하고 있는데 봉사자들은 대체로 남성들인 것도 어려움 중 한가지라고 한다. 이에 시 농업기술센터 측은 아파트 지역의 부녀회와 연계해 여성인력을 농촌에 투입해 보기도 했다. 이정수 계장은 “과수농사는 얼마간의 기술을 요하는 일이 많아 일의 능률이 낮은데 반해 적은 노임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며 “그렇다고 무턱대고 임금을 높일 수도 없는 일이라 시행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했다. 앞으로의 사업 방향 있다면 두 기관은 서로 발맞추어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경주농업대학과 생활개선회, 소비자단체 등과 연계해 체험행사 쪽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체험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농가들은 수확과 판매가 동시에 되며 과수 수확에 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과수 뿐 아니라 시설채소 농가들도 신청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농촌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 농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더 나아가 미래의 우리 농업이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다. 젊은 이들이 힘들게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문화 · 교육 시설이 열악한 이유로 농촌을 떠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나마 땅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도 대부분 자식들에게는 농사일 물려주지 않겠다고 하니 이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千下之大本-농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 했던가.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내가 일한 만큼 돌려준다’는 옛말이, 다시 우리가 옳다고 인정할 수 있게 되면 더 바랄 것이 있겠나. 그러기에는 농민들 스스로의 희망과 열정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황재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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