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동 (청도공영사업공사 사장) 햇차를 들여놓은지 몇달이 지나도 차향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설렌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찻물 끓는 소리는 꽃밭을 스치는 바람소리처럼 정감나게 방안을 흐른다. 나는 늘 사무실 한켠에 다구를 차려 놓고 틈이 나면 혼자서 차를 우려 마시고 다정한 지인이 오면 정성껏 마음을 다려주기도 하지만 다구와 각종 차를 진열해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해한다 그렇다고 내가 전문적으로 차 수업을 받았거나 다도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한 것은 아니고 차를 즐겨 하다 보니 다도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내가 차를 처음 대하게 된 동기를 짚어보면 경주엑스포에 근무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다도 시연에 대해 다인들과 대화를 하고 의논을 하면서 차 맛보다는 먼저 그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멋과 내면의 향기에 반해 다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다도란 차를 우려내는 기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만이 아니고 차를 우려내는 행위에서부터 다구를 다루는 마음가짐과 예절의 순서 등 모든 것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만남을 통해 타인에게 배푸는 법을 실천함으로서 여성은 청초한 모습으로 태어나게 하고 남자에게 있어서는 군자의 길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차와 더불어 심신을 수련하여 다도의 멋 속에서 인간의 도리를 추구하는 것이 다도의 전반적인 수련의 길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대적 빌딩의 숲이 아닌 자연과 전통 그리고 고풍이 살아있는 경주지역이 다도를 익히고 보급하는데 적지가 아닌가 싶다. 다도란 말은 8세기 당나라에서 차를 다루는 바른 방법으로 전해져 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초의선사가 처음으로 다도(茶道)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공직생활 틈틈이 차를 접하면서 그 심오한 의미와 격식 그리고 절차를 다 익히지는 못한다해도 예절의 근본과 생활철학 그리고 정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다도는 심심풀이로 차를 마시는 행위가 아니라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고요해지는 마음으로 차의 맑은 빛과 차의 맑은 맛을 음미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라 여기기에 나는 가끔 정갈한 마음으로 차를 우리고 향을 가슴에 안으며 다도가 아닌 그냥 행다를 즐기면서 내 고향 경주의 향기를 떠올린다. 연꽃차가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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