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령-제2연화봉-천문대-제1연화봉-비로봉 아침에 내리던 비는 그치고 오후가 되면서 점점 맑은 하늘과 밝은 달빛은 산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목적지인 죽령에는 23시 57분 도착하니, 봉고차를 타고 오신 몇 분이 서성거리다 단양쪽으로 내려가 버린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0시 10분 장미꽃 세송이(장옥희님과 여성회원 두분)와 함께 힘찬 출발을 한다. 죽령휴게소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매표소에 도착하니 불만 홀로 밤을 밝히는데 지키는 사람은 없으며 1시 30분 제2연화봉 중계소에 도착한다. 이곳 능선은 가을이면 초원지대가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출렁이고, 겨울이면 이름 그대로 흰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설화와 상고대는 대설원의 부드러움과 장쾌함으로 온통 백설의 은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철쭉꽃이 만발하는 봄철과, 에델바이스 등 온갖 고산화초들이 만발하는 여름철이면 마치 천상의 화원을 방불케 하는 느낌을 준다. 중계소 옆 넓은 도로를 따라 가면 2시 2분 천문대에 도착하는데, 별은 초롱초롱 빛나며 달은 어찌나 밝은지 랜턴을 켤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11월의 가을밤 날씨는 차갑고 바람이 무척 세게 불어 체감온도는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겨울바지를 차에 두고 온 것이 후회가 된다. 추운 날씨라 물을 마시기 위해 천문대로 들어가니 불은 꺼져 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건물 옆에 서 있으니, 개가 나타나 불청객들을 보고는 왜 왔느냐고 울부짖으며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고 개집에는 어린강아지가 추위에 떨고 있다. 혹시라도 새끼들을 괴롭힐까봐 걱정이 되어 나타내는 모성본능이 아닐까? 천문대를 나와 1,383봉으로 향한다. 희방사 갈림길에서 제1연화봉 가는 나무 계단길인 자연탐방로로 좌회전하여 접어든다. 직진하면 희방사 가는 길이다. 소백산 남쪽 기슭의 희방폭포는 해발 850m 고지에 있으며 거대한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28m 높이의 물기둥은 시원스럽다. 폭포 바로 위에 있는 희방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두운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두운대사와 호랑이에 얽힌 전설은 특히 유명하다. 2시 40분부터 한동안 계단으로 된 오르막이 계속된다. 가을바지에다 얇은 장갑으로 인해 손도 시리고 세찬 바람은 귓볼을 때리고 얼굴을 할퀴는 것 같은 고통을 준다. 추운 날씨에다 볼펜도 말을 잘 듣지 않으니 산행기 적는 것도 짜증이 난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평소 동성들만 오다가 이성이 함께 오다보니 분위기가 너무 좋아 화기애애하며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평소에는 하루 종일 걸어도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영주시와 풍기읍의 휘황찬란한 새벽 불빛의 야경 또한 너무 멋있고 아름다우며, 낙엽 위에 하얗게 내린 서리가 랜턴 불빛과 달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고 얼음이 얼어 밟으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낸다. 3시 43분 천동리 갈림길을 지나니 곧이어 비로봉 대피소 갈림길이 나오고 우리는 우측길을 따라 바로 비로봉 정상으로 올라간다. 특히 비로봉 근처에는 수령 200-500년 된 기이한 형상의 `살아서 천년, 죽어서 또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비로봉 올라가는 초원지대에는 자연보호 차원에서 나무 계단길을 만들어 두었으며, 양쪽 가장자리에는 밧줄도 설치해 놓았다. 마른 풀잎이 세찬 바람에 휘날리는 가운데 비로봉 정상에 올라서니 3시 55분이다. 강풍이 몰아치는 추위 속에서도 대구에서 왔다는 젊은 산꾼 네 분이 텐트도 없이 침낭 속에 한사람씩 들어가 비박을 하고 있다가 너무 추워서 두 사람은 일어나 소주를 마시기 위해 오징어를 굽고 있고, 다른 두 사람은 정신없이 자고 있다. 아마 산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저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은 아침 일출을 보고 바로 하산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기만 한데... ▲함께 산행한 장미꽃 세송이(장옥희님과 여성회원 두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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