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에는 함께 봉사할래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시원스럽고 편안한 한마디가 들려온다. “편하게 차 마시러 오세요” 나무치기가 미흡해도 칭찬하고 지켜봐주는 아내 김희숙(48)씨와 손수 인테리어를 해 집안 분위기를 편안하고 깔끔하게 챙기는 부인을 ‘이쁘다’ 하는 남편 송석종(50)씨. 12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희숙씨는 ‘내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유인 즉, 가족들도 아프고 특히 아들이 난청이 있다는 것을 초등학교 들어가서야 발견했다고. 그래서 봉사하고 좋은 일하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아들을 계기로 시작한 봉사가 지금은 딸의 교육에 도움이 되고 스스로도 뿌듯해 힘들다는 생각없이 계속하게 되었고 방학이 되면 아이들도 함께 한다. 돌아서서 눈물 훔친 첫 이동목욕봉사 카루나에서 소년소녀가장돕기를 할 때 다섯살도 안된 딸의 손을 잡고 방문했었는데 다녀오고 난 뒤 떼 쓰는 것이 줄었다고 한다. 98년 보건소에서 자원봉사 요청이 있어 지금까지 계속 적을 두고 봉사활동을 해 온 탓인지 작년 보건의 날에는 경주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경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목욕봉사를 매주 하고 있다. 안강 근계리에 첫 이동목욕봉사를 갔는데 거동을 못하시는 할아버지와 반신불수인 할머니께서 살고 계셨다. 5급 공무원이던 아들이 할아버지의 퇴직금을 사업자금으로 쓰고 난 뒤 소식이 없고, 아들이 있으니 국가 혜택도 못받는 상황이었다. 온 집에 물바가지와 오물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래도 어르신들의 금슬은 좋아서 김치하나로 식사하시면서도 맛있게 드시던 모습을 보며 ‘자식 키우면 뭐하냐’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첫 이동목욕봉사. 돌아서서 얼마나 울었던지 지금도 눈에 선해 생각하니 눈물이 먼저 나온다며 눈가를 훔친다. 인분이 손톱 밑에 박혀도 기쁘게 봉사하는 마음이 되어야 입바른 소리를 가끔 하는 덕에 성깔 못됐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상관없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봉사행정을 하는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단다. 이름만 봉사, 우아한 봉사는 사양한다는 김희숙씨는 손톱 밑으로 할머니의 인분이 박혀도 마다 않고 기쁘게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럽다고 생각되면 차라리 성금이나 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어진단다. 뜻있는 일을 하는 새댁의 간난 아이 돌봐주기도 몇 년을 했다. 내가 가진 것이 조금만 많아도 이곳저곳 퍼주는 게 타고난 천성이 아닌가 싶다. 간혹 여우짓도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독거노인과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하며 사회복지에 관해 좀 더 체계 있는 공부를 해 보고 싶다고 한다. 김희숙씨는 남편과 싸워본 기억이 거의 없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정성스런 마음을 카드에 적어 우편으로 보내오는 부드럽고 자상한 경상도 사나이 송석종씨. 아내가 조금 힘들어도 자기 개발을 위한 시간은 소홀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스스로도 몇 년 뒤 은퇴하면 부인과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전문직종의 일을 하며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살림하고 아이들 키우고 틈나는대로 봉사하고 그러던 중에서도 자동차부품 아르바이트를 7년이나 했었다고 고백하며 “아직은 젊다. 의미 있는 또 다른 일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하고 말하는 멋진 그녀. 이웃을 밝게 하는 매력 있는 아내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남편과 든든한 아들, 재롱둥이 딸은 봉사활동을 하는 아내의 든든한 받침대가 된다. 전효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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