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끼 따스한 밥에 반찬 서너 가지를 먹을 수 있다면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패스트푸드 음식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수록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처럼 따뜻한 온기가 있고 믿을 수 있는 음식을 먹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 현실에서는 먹을거리에 대해 불신이 하늘을 찌를 정도다. 가장 원초적 본능인 먹을거리에 대한 위협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분노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환경과 먹을거리의 문제가 사회 공통의 화두가 된 것이다. 이 해법을 불교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사찰음식이 자연 그대로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우리네 밥상 문화를 이어온 것이 바로 절집의 공양간이다. 밥과 나물반찬이 전부인 소박한 밥상이지만 그 안에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사람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있다. 절에서 밥상 앞에 앉으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몇 명의 보살이 토닥토닥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에는 자연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절의 주방을 살펴보자. 음식을 만드는 공양간은 ‘후원’이라고 하는 절 살림채에 들어있다. 이는 부뚜막에 해당하는 조왕단, 아궁이가 달린 무쇠가마솥에 나무를 때어 공양을 짓는 공양간, 반찬을 만드는 채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또 공양 짓는 일의 총책임자를 공양주 스님이라고 부르며, 반찬거리와 국거리의 재료를 담당하는 원두스님, 국과 찌개를 끓이는 갱두스님, 나물 반찬을 무치는 채공 스님 등이 일한다. ‘발우’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말한다. 보통 네 개나 다섯 개로 차곡차곡 포개놓는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시발우는 그릇에 밥알이 들러붙지 않도록 처음 그릇을 헹굴 때 물을 한 숟갈 정도 남겨놓고 밥을 받는 것을 말한다. 국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도록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드는 것을 국발우라고 한다. 식사를 하기 전에 김치 한 조각을 국물에 씻어 따로 두었다가 식사가 끝난 후 그것으로 그릇을 씻고 나서 먹는 것을 반찬발우라 한다. 천수발우는 음식을 받기 전과 다 먹은 후 그릇을 헹구는 물을 담는 그릇을 말하며, 이때 음식물 찌꺼기는 고춧가루 하나도 남아서는 안 된다. 절에서는 이 물을 아귀(탐욕이 많은 자가 사후에 떨어지는 생존상태)들이 마신다고 한다. 아귀의 목구멍이 바늘구멍보다 작아 음식 찌꺼기가 들어가면 목에 불이 나서 죽는다고 한다. 절 주변의 산과 들엔 온갖 산야초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 속에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와 약 성분이 들어 있다. 절에서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밥상을 차린다. 가을에 거둔 곡식과 열매로 겨울철 몸을 보양하고, 봄과 여름에는 산야초의 잎과 줄기로 원기를 돋운다. 절에서는 특별한 보양식도 없고 적은 양을 먹지만 한여름이라고 기를 잃고 헉헉대는 스님도 없다. 재철 제 땅에서 나는 식물들만큼 사람의 몸에 맞춰진 비료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것만 제대로 챙겨먹으면 건강은 만사형통이라고 스님들은 생각한다. “청정한 재료로 담백하게 조리해서 간을 슴슴하게 맞추고 양은 약간 적은 듯하게 차려 천천히 감사한 마음으로 꼭꼭 씹어 먹으니 그야말로 위장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또 자연에도 좋은 식사가 아니겠나.”최근 조계종 출판사에서 출간된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에서는 사찰음식을 이렇게 묘사해놓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이경애씨는 “제 몸 위한답시고 비싼 돈으로 쓰레기 음식을 사 먹는 우매한 세상에 절집의 공양간 소식이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공양간이야 말로 불교의 천지동근(天地同根) 만물일여(萬物一如) 사상이 생생하게 녹아있는 현장으로 설법보다도 효과 있는 교화의 방편”이라고 설명한다. 절에서 만드는 음식은 독한 양념과 기름진 재료는 될 수 있는 대로 피한다. 절에서는 좋은 요리란 좋은 재료를 선택해서 될 수 있는 대로 간단하게 요리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깨끗하게 만들고 나누어먹으며 음식의 소중함을 느낀다. 절에서 머무는 체험행사 템플 스테이가 유행하면서 불교식 ‘발우공양’을 경험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6월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주체로 김천 직지사에서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외국인 유학생들도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절에서의 독특한 식사문화를 꼽았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실문명 세태에 반기, 정신문화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된 서양에서 한국식 불교문화는 특별한 체험이 될 수 있다. 템플스테이 세계화에 더불어 절에서 먹는 음식에 대한 중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채식을 중심으로 한 사찰음식의 매력에 대해서 서양인들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음식은 몸이 먼저 안다고 한다. 건강한 우리 밥상문화를 이어온 절집 공양간을 한 번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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