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의 악몽은 없었다. 한국은 올림픽 4강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을 격파했다. 한일전은 한국인들에게 묘한 승부욕을 갖게 만든다. `가깝고도 먼나라` 한국과 일본은 야구에서의 교류도 많았지만 그만큼 서로의 자존심 또한 강했다. 특히, 한국보다 야구 역사가 긴 일본은 한국에 패배하는 날이면 `치욕` `굴욕`이라는 단어가 난무하곤 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국의 완승이었다. 한국은 지난 16일 예선 4차전에서 일본을 5–3으로 꺾은데 이어 22일 우커송야구장 메인필드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8회말에 터진 이승엽의 결승 투런홈런에 힘입어 6-2로 승리,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2000년대 이전 한국이 일본과 가장 극적인 승부를 펼친 경기는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최종전이다. 당시 한국은 0-2로 뒤진 8회말 1점을 만회한 뒤 1사 3루에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로 동점을 만들었고, 2사 1,2루에서 한대화는 왼쪽 폴대를 맞히는 극적인 3점홈런으로 일본을 꺾었다. 2000시드니올림픽에서의 동메달도 일본을 누르고 낚아온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시원한 투런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이승엽은 이때도 한국에 승리의 한 방을 선사했다. 한국은 시드니올림픽 3,4위전에서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말 1점을 올린 뒤 2사 2,3루에서 이승엽이 2타점 적시타를 날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국은 3-1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2003년 한국은 아테네올림픽 지역예선에서 일본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대만에 패한 한국은 일본과의 경기에 사활을 내걸었지만 0-2로 패배, 아테네올림픽 본선 무대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 이때의 아픔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일본의 국민타자 스즈키 이치로의 "한국이 30년 동안 일본을 이길수 없도록 해주겠다"는 `망언 때문이었을까.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모습은 달랐다. WBC 1라운드 지역예선에서 한국은 일본에 0-2로 뒤진 5회 1점을 따라붙은 뒤 8회 이승엽의 통쾌한 투런포로 일본에 3-2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WBC 2라운드에서도 일본과 만났다. 8강에서 한국은 0-0으로 맞선 8회초 1사 2,3루에서 이종범이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2-1로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냈다. 승승장구했지만 WBC가 악몽으로 기억되는 것은 준결승에서의 패배때문이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0-6으로 크게 패했다. 두 번의 짜릿한 승리는 빛이 바랬고, 한국 팬들의 아쉬움은 더 크게 남았다. 한국은 지난 16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리그 4차전에서 일본과 또 한번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지역예선에서는 일본에 패했지만 이날은 5–3으로 일본을 누르고 귀중한 역전승을 챙겼다. 1승을 거둔 후 준결승에서 일본과 맞붙게되자 WBC의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았다. 적어도 22일 일본에 2점을 먼저 내줬을 때만 해도 그런 사람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은 일본에 6-2 역전승을 거두며 WBC의 악몽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 어떤 것보다도 뿌듯하고 소중한 승리였다. /뉴시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