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AIG에 대한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긴급 수혈하기로 함에 따라 한 고비를 넘겼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현지시간)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손꼽혔던 AIG에 대해 지분 79.9%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85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美, 850억불 투입 AIG 구제·리먼 청산
미 정부는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 강조했던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 불가’ 원칙을 깨고 전격 지원을 결정했다. AIG의 400억 달러 유동성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지 불과 하루만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당초 FRB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월가 금융기관들을 통해 700~750억 달러를 긴급 조성, AIG에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할 계획이었으나 여의치 않자 지분참여 형식으로 나섰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에 이르러 사망선고를 받게 내버려 두었던 미국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AIG 구하기에 적극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대의 보험사인 AIG 마저 무너질 경우 전 세계 금융시장에 불러올 엄청난 파장과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벼랑 끝 전술'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는 100여개의 국가에서 1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지난 1분기 78억1000만 달러, 2분기 53억6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총 185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IG는 직원이 11만 명이 넘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 130여 개국에 70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AIG에 노출된 미국과 유럽, 아시아 금융회사들의 자산 규모만 해도 4410억 달러에 달한다.
AIG는 수백만의 개인소비자들과 직접 영업을 하는 금융회사라는 점에서도 투자은행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 최대 보험사인 AIG가 무너질 경우 전 세계 보험업계에 미칠 천문학적 규모의 타격은 가늠하기 힘들다.
이는 AIG가 리먼과 메릴린치 투자은행(IB)의 파산으로 미치는 영향의 급이 다르고, 그 사정이 매우 다급함을 반증한다. 블룸버그 통신도 “AIG 파산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 금융시장 불안 당분간 지속
전일 패닉상태에 빠졌던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37.51포인트 오른 1425.26으로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도 15.64포인트 상승한 444.93로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44.00원 급락하면서 1116.00원으로 마쳤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회복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출석해 “금융 쪽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실물 쪽은 이제 막 시작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1년 이상 끌어온 문제들이 하나하나씩 전개되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어려운 시기가 조금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AIG 문제가 해결 가능성이 커졌다 하더라도 워싱턴뮤추얼펀드, 와코비아 등의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들의 부실화 우려도 증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을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