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는 애지중지하는 애장품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일본 연수 시절인 1986년에 동경의 등산용품점에서 구입한 수동식 플래시다. 플래시의 몸체에 툭 튀어나온 손잡이가 있는데 이를 계속 눌러주면 플래시가 켜진다. 흠이라면 요즘의 중국제 수동 플래시와 달리 무겁고 전기 저장기능이 없으며 한 손으로 계속 눌러줘야 하므로 두 손이 필요한 야간 등산에는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이다. 소리는 요란하지만 이 플래시는 지금도 훌륭하게 가동된다. 다른 하나는 프랑스 에너지 전시회에서 1980년대 말에 구입한 3전원 방식 휴대용 라디오이다. 영국의 특허를 받은 이 라디오의 첫번째 전원은 태양광이다. 라디오 위에는 집열판이 있어 빛을 쪼이면 라디오는 지금도 즉시 작동돼 소리가 나온다. 두번째 방식은 ‘핸드 다이나모’라는 것인데 손으로 크랭크 같은 것을 돌려 발전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전지다. 이런 고물을 버리지 않고 끌어 안고 있는 것은 비상시 자연력에 의존할 수 있다는 향수 때문이다. 우리들의 옛날 자전거에는 뒤 타이어에 닿아 회전하는 발전기가 달려 있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플래시가 깜박 가렸다. 대신 속도는 아주 느려졌던 기억이 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들이다. 지금 신재생 에너지가 한창 화두가 되고 있다. 얼마 전 광복절 63주년 건국 60주년 기념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성장의 패러타임으로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환경산업이 우리가 먹고 살 차세대 성장동력이라고 역설했다. 소위‘747’ 대선 공약이 흐지부지 된 마당에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하려다 보니 이런 활로를 찾게 된 듯 하다. 정부가 뒤늦게 외국의 정책을 모방했건 아니건 환경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 자체는 참으로 환영할 일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100달러를 돌파한 고유가 시대가 말해주듯이 새로울 것은 없다. 이미 석유라는 천연의 화석 자원은 고갈이 예정된 것이고 이에 따른 대책으로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에너지전환을 선택했다. 녹색성장은 자원절약 문제에 석유 배출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사실도 가세되었다. 우리나라는 2013년으로 예상되는 교토 의정서에 따른 탄소배출 감축 의무화 국가 편입에도 대비가 시급해졌다. 산업 체질의 일대 개선이 절실한 것이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대체에너지 보급율을 보면 현재의 2%에서 2030년까지 11%로 끌어올린다는 것인데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목표가 너무 한심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중국은 같은 기간 목표를 30%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대체에너지에 관한한 선진국은 저 앞을 달리고 있다. 중국도 맹추격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는 이제 1리터에 35킬로미터 연비에 도달한 전기 휘발유 겸용 하이브리드 차량개발을 1997년부터 생산하여 지난 4월 세계판매 100만대를 기록했다. 독일은 수소 자동차까지 운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하이브리드 카를 겨우 내년에 시판한다는 목표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얼마나 늦었는지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증명이 된다. 당장 국내에 실업자가 넘치는데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상대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의욕은 좋다. 그러나 목전의 현실은 참담한 것이다. 일각에선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대운하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녹색성장은 늦었다고 한탄할 시간이 없다. 그러나 늦은 시간을 벌충하려면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놀고 있는 아파트 옥상을 개발하여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거나 집집마다 창가에 유리창 대신 집열판을 설치하여 온수를 만들어 석유의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절감되는 석유보다 그 홍보 효과가 엄청나게 클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핵심부서로 옛날에 없앤 동력자원부를 부활해 정책추진체로 삼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이 앞장 서서 에너지 전환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유인촌 문광부 장관처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장관도 있지만 지금처럼 국회의원이건 지자체 단체장이건 장관이건 너도 나도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관용차에 크기 경쟁이라도 하듯이 3리터급을 타고 다니는 ‘환경 불감증’ 풍토로는 선진국을 추월하는 우리나라의 녹색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선진국들처럼 작은 자동차 하나라도 획기적으로 우대하여 저비용 고효율 사회의 대표주자로 정착시키는 것이 녹색성장의 또 다른 얼굴이자 성공의 비결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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