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달마티안, 닥스훈트, 비글, 보스턴 테리어, 도베르만핀셔, 그레이하운드… . 종자도 다양한 개 1025마리가 서울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전시실에 바글바글하다. 27일 개막한 화가 윤석남(69)씨의 개인전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현장이다.
개 1025마리는 나무 조각품이다. 나무를 자르고 개 모양으로 드로잉하고 표면에 다시 그림을 그리는 등 열 두 번의 공정을 거쳐 완성했다. 개들은 모두 집을 잃거나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이다. 인간을 원망하는 처연한 눈빛이 감지된다.
작가는 2003년 어느날 신문 기사를 보고 유기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 근처 시골에서 버려진 개 1025마리를 보호하며 기르고 있는 60대 후반 노부인 이야기다. 당시 그녀는 전시회를 마치고 이 여성의 집으로 찾아갔다. “주인을 잃거나 아픈 개들은 물론 건강하고 예쁜 개들조차 버림받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인간이 너무 싫었다”고 회상했다.
전시실 1층에는 무채색 작품들을 어두운 조명 아래 설치했다. 병들고 아픈 개들이다. 2층은 강렬하게 채색한 건강하고 활기찬 작품들로 가득하다. ‘윤석남의 방’도 있다. 한국 페미니즘 미술과 생태여성주의에 관한 주요 문헌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와 함께 10월18일에는 지노 가오리 교수를 추모하는 강연이 마련된다. 일본 가쿠슈인대학 문학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1년 49세로 별세한 미술사학자다. 윤씨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려준다.
10월 11일과 24일 오후 5시에는 미술관 세미나실에 야생동물 교통사고 관련 황윤 작 다큐멘터리 ‘어느 날 그 길에서’와 이형석 작 단편영화 ‘호흡법, 제2장’과 ‘155마일’이 상영된다. 전시는 11월9일까지 계속된다. 02-760-4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