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다룬 책은 내용이 쉽지 않아 잘 사거나, 읽지 않게 된다. 그런데 경제서적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사서 주말에 읽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구입하여 “그렇구나” 동의해가며 읽게 된 것은 순전히 국방부 ‘덕분’이다.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비롯한 23권의 책을 ‘불온문서’로 지정하였다니, 대표적인 불온서적이라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내용이 궁금해 찾지 않을 도리 없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는 알려진 대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교수 장하준이다. 어렸을 적부터 수재로 날렸다는 그는 한국서 대학을 졸업한 후 영국서 석∙박사 공부하고 90년에 교수로 임명된, 진보적 경제학자이다. 그는 진보정권이라 할, 전 정부의 집권시기인 2005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바 있다. 그는 국외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 중 국내출판계가 선호하는 저자 중의 선두이다. 2004년 무렵부터 ‘사다리 걷어차기’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등 그의 저서가 국내에서 연이어 (번역) 출판된 것을 보면 그의 저서는 일정한 독자층을 거느리며 판매효과를 보장하는 듯 하다. 국방부가 불온서적 23권을 지정한 기준은 세 가지다. 북한 찬양 여부, 반정부와 반미 여부, 반자본주의 여부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둘째 기준과 셋째 기준에 따라 국방부가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현 정부가 경제발전을 위해 내놓은 시장중심적이며 자본주의적인 정책기조에 반대되는 이론, 설명, 지적이 가득하다. 세계화, 자유무역, 외국인투자에 대해 이론과 사례를 들며 비판을 한다. 그러니 세계화를 내세우며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외국인투자에 대해 덜 규제하려고 하는 현 정부 입장과 대척적인 것으로 보인다. 얼핏 반정부적이면서 반자본주의적인 내용이 들어 있는 책이라고 잘못 예단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국방부가 불온서적을 지정하여 불온서적의 부대 반입을 막으려 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국방부에게 불온서적 지정을 사과할 것을 요구한 출판계의 주장처럼 이번 일은 학문 사상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하며 독자의 선택도 제한한다. 그런데 이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국방부의 누구인가는 이 책을 충분히 이해도 못한 듯 하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바에 의하면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술목표는 둘이었다. 하나는 세계화 및 경제발전에 대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책을 쓰는 것, 다른 하나는 현재의 지배적인 정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서 책을 쓰는 것. 과연 이 책은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정설로 굳어져가는 경제학이론들을 일반독자들도 알기 쉽게 비판하여 안내한 책으로 보일 뿐,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쓴 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저자가 쓴 여러 책 중 경제문외한이 읽기에 가장 쉬운 책이기도 하다. 금서(禁書)를 정하고 그 유통과 독서를 막기 위해 책을 불사른 진시황의 후예들은 세계 곳곳에 남아있다. 우리의 국방부만이 아니다. 미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해마다 판금, 혹은 제한적 판매가 주장되거나, 공공도서관 비치나 교과서 등재가 반대되는 이른바 공격받는 책과 저자들이 있다. ‘해리 포터’도 그 중의 하나이며 마크 트웨인이며 존 스타인벡 같은 작가도 여전히 그 대상이 된다. 진시황의 후예들 중에는 진보파도, 보수파도 있다. 누구인가의 말처럼 “인간의 본성 중에는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본성과 검열을 하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 미국도서관협회의 주관 아래 표현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사서들, 교사들, 학부형들, 시민들은 해마다 공격받는 책과 저자들의 목록을 작성하여 발표하고 상징적으로 ‘금서 주간’을 정하여 금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국방부 불온서적 관계자는 본성을 자제해가며 ‘나쁜 사마리안인들’을찬찬히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실은 불온서적 23권 다를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쉬운 대로 우선 대표적인 불온서적부터 읽어 내려가길 권한다. 예를 들면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의 경우, 이 책은 우리에게 비판적인 안목을 가르쳐 주는바 그것을 참고하여 자신의 교양으로 쌓아도 좋겠고 더 많은 공부의 밑거름으로 삼아도 좋겠다. 저자는 “무조건 민간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 후 공기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퍼져 나간 배경을 설명하고 여러 나라에서 공기업이 성공한 사례를 제시하며 특히 어떤 사업의 경우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우월한가를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부자나라 사람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국영기업, 공기업은 민영화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한국의 포스코,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항공, 브라질의 항공기제작사 엠브라에르, 프랑스의 르노 등의 국영기업이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던 사례를 보면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말을 그대로 들어서는 안 된다. 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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