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동양문화 속에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인연이든 사찰을 방문하는 기회가 많다. 수많은 참여자와 관광객들이 사찰을 찾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구경에만 몰두할 뿐 스며있는 정신을 찾아보려 하지 않는다. 일주문에 들어서기 이전에 놓인 돌다리, 장승, 제석단을 비롯한 사찰 속의 갖가지 식물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법당 탱화 불구 등 이 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불교문화의 진수들을 무관심하게 그저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삶의 옷매무새가 가지런하고 마음 씀씀이가 늘 곧고 진솔했다면 오늘의 문화풍토가 이렇게 시궁창냄새를 풀풀 풍기며 썩어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과 바다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섬진강에서는 은어들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밀렵꾼들의 올가미와 덫에 새들이 목숨을 빼앗기는 슬픈 오늘은 인간들의 탐욕이 빚어내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불교문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민속문화의 아기집이요, 젖줄이다. 온 나라 땅이 불교문화의 향 내음으로 흠뻑 젖어 있고 흙이나 나무들이나 금, 은 등으로 깎고 다듬고 빚은 불사하며 불탑, 갖은 탱화며 범종, 어찌 글로 다 옮기며 사진으로 담을 수 있겠는가. 일본사람들이 우리의 혼과 넋이 담긴 불교문화의 유산들을 탐내어 계획적으로 줄기차게 빼앗고 훔쳐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도 전국 곳곳의 불보(佛寶)들이 소리없이 사라져가는 것은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두어야 하는 걸까? 얼마 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더비 경매에 나타난 우리 보물들을 멀거니 팔짱끼고 팔려가는 것을 구경만 하였고, 일본의 아끼다 콜렉션에 소장된 엄청난 우리 보물들과 대영박물관,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 또다시 이리저리로 흩어 다니는 문화유산들에 대해 우리 불자들은 안타까워하기 보다 무덤덤하게 못 본 체 하지 않았는가. 특히 국보나 보물 또는 지방문화재가 아니면 무형문화재로 딱지가 붙은 것만 값진 보물이 아니다. 비바람에 허물어져 가는 조그만 암자의 주춧돌 하나, 못 구멍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불교문화재만 전문적으로 훔쳐가는 도굴꾼에 의해 몰래 사고 파는 암시장이 국제적으로 형성되고 재벌들 정원마다, 개인박물관, 미술관에 숨겨진 숱한 보물들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절마다 간직한 형형색색의 온갖 귀중한 문화재들의 현황파악조차 안된 마당에 절 밖의 얘기는 허전함만 더해 준다. 우리 것을 보는 눈이 없고, 값매김 할 줄도 모르고 불법(佛法)수행을 위해 쓸 줄도 모른다면, 찬란한 문화유산도 한낱 돼지목의 진주목걸이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부처님 전에 올리는 향 하나도 전통을 이어 잘 만들지 못하는 무성의로는 사라져가는 우리 것들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자주 일어나는 큰불로 법당과 문화재가 잿더미가 되고 바르게 건사를 못해 망가지는 문화재들을 보면서도 부처님께 참회하며 우리 불교문화재를 살리고 보존하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소식을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어 저으기 실망스럽다. 불교문화재를 만드는 전승의 맥이 끊어지고 많은 불사(佛舍)를 올리는 작법이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누구의 탓이 아닌 바로 내탓이 아닐까? 골동품수집이 떼돈 버는 지름길이 되어 시골의 여물통까지 싹쓸이하는 작태를 나무라기 앞서 우리 먼저 빛나는 불교문화 유산을 남긴 선조들의 해맑은 불심(佛心)을 되찾는 데서 불교문화의 새싹이 돋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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