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팝페라의 여왕’ 키메라(54·김홍희)가 20년 만에 우리나라에 왔다. 2~8일 ‘2008 코리안 페스티벌’에 참석한다.
키메라는 1985년 앨범 ‘잃어버린 오페라’로 ‘팝페라’ 장르를 탄생시키며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87년 딸멜로디를 납치 당한 충격으로 노래를 멈췄다.
3일 키메라는 “오랜만에 고국에 오니 친정에 온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많이 변해 학창시절 다니던 길도 못 알아 볼 정도다. 도시 자체가 깨끗하고 많이 발전된 것 같다. 80년대 당시 딸을 납치 당하고 납치범들을 감옥에 보내야 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무대와 멀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키메라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왔다. 4일 국회의사당, 5일 용인 동백 호수공원 무대에 자신의 팬이기도 한 호주의 테너 애덤 로페즈와 함께 선다. 내년 발매를 목표로 새 음반을 녹음 중이기도 하다.
“20년 동안 나를 기억하는 팬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애덤 로페즈는 20년 동안 내 음악을 공부하면서 나와 함께 노래하기를 바란 팬이다. 나에게 자신의 노래를 녹음해 보내기도 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목소리가 높은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스페인인인 남편과 딸 등 가족도 노래하는 키메라를 원했다. “납치 사건을 겪은 후 딸은 내가 노래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 노래를 하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내 노래를 들은 딸이 ‘미안하다’면서 ‘노래를 하라’고 했다. ‘노래를 하면 엄마가 행복해 하니까 엄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래하라’며 용기를 줬다.”
30여년을 외국에서 살고 있지만 피는 속일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독도를 물고 늘어지는 일본을 보면 화부터 난다. “언론을 통해 최근 불거진 독도 문제를 접하면 화가 먼저 났다. ‘저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데’라는 걱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설명한다. 외국에 살면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
키메라의 국적은 여전히 대한민국이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것을 특이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당연하다.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도 국적을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주위에서 이중국적을 가지라고도 했지만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국적만 갖고 있다. 물론 국적 탓에 손해를 본 적도 있지만 그게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죽을 때까지 한국 사람으로 남아있겠다.”
한편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권영건)은 건국 60주년을 기념, 세계 곳곳에서 활약 중인 재외동포 아티스트를 초청해 펼치는 문화예술 축전 ‘2008 코리안 페스티벌’의 홍보대사로 키메라를 선정했다. 이날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위촉식을 열었다.
재외동포재단 측은 “전 세계에 한국인의 예술적 재능을 널리 알린 키메라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게 돼 기쁘다. 이번 공연에서 키메라는 출연료를 거의 받지 않고 무대에 오른다”며 고마워 했다.
2008 코리안 페스티벌은 서울 여의도, 인천, 용인, 광주 등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