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폭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떨어뜨려 보려는지, 주유소 별로 기름 값을 공개하는 사이트가 개설됐다. 첫 날 접속 못할 정도로 이 사이트에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약 한 달 전 이명박 대통령은 배추 값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나라라고 농산물의 유통구조를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공격받아야할 것은 배추 값이 아니라 기름 값이라는 것을 차에 기름 넣어본 사람이라면 느낄 것이다. 그러니 여야가 유가 인하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 만 했다. 국민소득은 절반인데 일본보다 더 비싼 기름 값이라면 알 만 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송용으로 많이 쓰는 경유 값이 폭등한 까닭은, 무슨 논리인지 경유가격을 휘발유 값의 85%로 책정하고 줄곧 세금을 올려온 정부에 근본 원인이 있다. 이제 와서 경유값이 휘발유 값과 비슷해지니 국제 경유가격을 들먹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인하 요구가 증가하자 노무현 전 정권의 한 장관은 유류세를 내리면 유류 소비가 늘어난다고 강변했다. 그런 답변에는 국민이 납세의 대상일 뿐이라는 오만한 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하기야 3.5리터의 대형 관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자기 돈으로 기름 넣을 리 없으니 도탄에 빠진 민생고를 알겠느냐는 탄식이 생긴다. 최근 해외 뉴스를 보니 프랑스 전역에서 자전거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고유가 탓이다. 작년에 350만대의 자전거가 팔려 전년보다 35%나 늘었다는 것이다. 파리 시에서 작년에 도입한 ‘벨로 리브르’라는 자전거 염가 대여사업은 하루에 최대 19만 명, 8개월간 1700만 명이 이용했다. 대여소는 수천 곳. 아무 대여소에서나 빌려 아무 대여소에나 반납이 가능하다. 자전거 대여망은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가입 요금은 1일 1유로(1600원), 1주일 5유로, 1년 29유로로 처음 30분간 이용은 무료이다. 우리나라도 몇몇 자치구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전거가 없다는 게 아니다. 자전거는 ‘메드 인 차이나’ 덕분에 10만원 미만에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한때는 신문 보면 주던 중국제 자전거도 너무 인기가 없어 그만두었다는 게 신문 확장원의 말이니……. 지하철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엔 불편하지만 접이식 자전거도 20만 원 대에 살 수 있다. 교통비를 아끼려고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다. 여러 이점이 있다. 자전거를 타면 몸이 튼튼해지니 적자 타령하는 건강보험의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탄산가스 배출을 줄여 환경도 보호한다. 교통비를 줄여 경제적 효과도 있다. 연간 150일을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3000만원을 굴려 얻게 되는 이자소득과 맞먹는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에너지난과 환경오염이 지금 자전거 길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제 어디든 자동차도로의 차로를 줄여 자전거차로를 만들어야 한다. 주차료 받으려고 길을 만들었나, 거액의 세금을 들여 ‘가기 위해’ 만든 도로가 ‘서기 위한’ 주차장으로 된 곳이 즐비하다. 남의 나라가 안 하는 것을 한 가지라도 선도적으로 해야 우리나라는 발전한다. 자전거는 ‘지구를 구할 7가지 불가사의한 것’ 중의 하나로 꼽힌다. 자전거를 홀대하는 나라 치고 선진국은 없다. 우리나라 고위 관료들은 자전거는커녕 대형 자동차를 좋아한다. 관료의 폼재는 대형차가 아니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모범을 보이는 친환경적인 자전거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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