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48) 감독은 꿈꾸듯 영화 ‘비몽(悲夢·Dream)’을 찍었다. 이나영(29)과 오다기리 조(小田切 譲·32)라는 환상적인 조합으로 관객들의 꿈도 대리 성취했다. 김 감독 특유의 미술적 감각은 ‘비몽’으로 화룡점정 한다. 김 감독의 작품 색깔은 독특하다 못해 특이하다. ‘김기덕풍’이라는 장르를 홀로 개척했다. ‘나쁜 남자’, ‘빈 집’, ‘사마리아’ 등 대표작들에서 묻어 나오는 감독컬러가 범상하다고 여기는 관객은 드물다. 자기 세계가 남다를 것이라는 일반 관객들의 추측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의 김 감독은 수더분한 이미지다. 오다기리 조(176㎝)와 키를 맞춘다며 까치발을 들고 “잘 생겼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모습은 불도저 같은 영화감독이라는 고정관념과도 같은 인상을 희석한다. 그가 제작자로 참여한 최근 영화에서도 증명했듯 김 감독의 경우도 ‘영화는 영화다’. 김 감독은 조와 이나영의 조합을 운명으로 여긴다. “심리적으로 바라는 것들이 현실적으로 이뤄지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조가) 과연 내 영화를 할까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장면에 배우가 놓이고 그렇게 영화를 찍어 개봉해서 앉아있는 자체가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꿈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비몽사몽 호접몽을 꿨다. 김 감독의 꿈같은 영화 작업은 결과물로도 확인됐다. 오다기리 조와 이나영이 함께 있으면 카메라만 갖다 대도 패션화보가 완성될 정도다. 두 배우의 몽환적 분위기가 더해져 김 감독의 상상 속 ‘비몽’은 스크린에 구현됐다. “영화 자체가 팬터지적인 배경을 갖고 있고, 배우들 자체도 몽환적이다. 리얼리즘보다는 꿈같은 장면, 색감을 고민해서 헌팅했다. 배우들을 갖다 놨을 때 살아 나와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고, 결과적으로는 (캐스팅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김 감독의 꿈같은 행진은 ‘김기덕 필름’을 달고 가속도를 내고 있다. 김 감독의 시나리오로 완성된 ‘영화는 영화다’(감독 장훈)는 소규모 영화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을 받으며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작 ‘아름답다’(감독 전재홍)는 탄생 즉시 베를린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다’의 사례가 ‘한국영화의 대안’이려니 하는 것은 김 감독이 우려하는 바다. “김기덕도 5억에 찍으니까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말이 안 된다. 20억, 30억을 알차게 사용한 숭고한 제작자들이 오해 받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100만 관객을 넘긴 것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내 사례가 다른 것을 전복시키는 근거가 되면 안 된다고 본다. 다만, 지방을 좀 뺀 한국 영화계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작자 김기덕의 또 다른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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