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부산지역 소년소녀가장 8명이 뉴욕을 다녀갔다. 이들이 올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용기있게 살아가는 모국의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수년째 사재를 털어 이들을 초청하는 뉴욕의 독지가 신상헌 사장과 몇몇 동포들의 초청 덕분이었다. 2주의 체류기간 동안 몇몇 가족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동포들의 사랑을 느끼고 그 가정 또한 어린 나이에 처한 역경을 딛고 밝게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고 진한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은 가족의 보살핌이 없지만 사회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먼 이역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정에 포근한 가정의 온기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일 저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에 미국에 입양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의 해외입양 중 70%는 미국에서 이루어지니, 많은 한인입양인들이 이곳에 있지만 사실 미국은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 등이 4대 입양국이고 베트남, 에티오피아, 라이베리아 등에서도 어린이들을 많이 입양한다. 입양아들의 숫자가 매년 평균 2만명에 달한다니 2차대전 이후 입양아 숫자가 100만명은 족히 넘을 듯 싶다. 중학생인 딸 아이의 친구 중에는 중국에서 입양된 아이 둘이 있다. 한 아이는 변호사 아빠와 전업주부인 백인가정에서 사는데 그 집에는 큰언니인 친딸이 있고 이 아이는 다섯살 아래의 또다른 중국 입양아와 함께 자매처럼 크고 있다. 또 한 아이는 직장에 다니는 백인엄마와 함께 둘이 살고 있다. 처음 이 아이들을 봤을 때 막연한 동정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입양된 아이들이 적지 않기에 느껴지는 동병상련의 감정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 안 가 그같은 생각이 잘못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모와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빼면 도무지 그 아이들이 입양아라서 뭐가 다른지를 알 수 없었기때문이다.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구김살없이 자라는 아이들과 또한 그 아이들로 인해 부모의 기쁨과 보람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서 입양은 양쪽을 위한 축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가 서울발 기사로 한국정부가 ‘아기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해외입양을 중단하고 국내입양을 늘리겠다는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아기수출’이라는 표현도 문제가 있지만 해외입양을 백안시하고 무슨 경제성장 목표 세우듯 2012년까지 국내입양으로 대체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난 가정에서 키울 수 없는 아기를 우리 사회가 거둬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돈으로 장려하고 캠페인을 벌인다고 해서 당장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도 지적했듯이 아직 우리 사회는 입양아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혈연중심의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피 한방울 안 섞여도 고향이 같고 학교가 같다는 이유로 똘똘 뭉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배척하는 풍토에서 아이를 입양해서 내 자식처럼 키울 수 있는 일반 가정들이 갑자기 늘어날 수도 없지 않은가. 설사 입양가정이 늘어난다해도 기왕이면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선호하고 행여 아이가 마음을 다칠까 싶어 친자식처럼 믿어지게 외모와 혈액형도 가리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아주 오래 전 가수 윤수일씨를 방송국에서 만난 일이 있다. 다소 뜸한 활동을 궁금해하자 그는 자신과 같은 혼혈아동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다. “외모가 다르다고 차별받는 혼혈아보다 더 불쌍한 아이들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혼혈장애아들이에요.” 그의 말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귓전을 생생히 울린다. 혼혈아도 차별받고 장애아도 차별받는 한국사회에서 혼혈장애아가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 상상이 가고도 남았기때문이다. 정부의 입양정책에 대해 성급한 결론은 내리지 않겠다. 어쩌면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입양은 원천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보호를 해야 하는 아이들을 사회가 보호할 수 없다면 뜻이 있는 개인들이 해야 하고 그것이 아이에게 더 행복할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국내입양, 해외입양을 가릴 필요는 없다. 진정 국가이미지를 위한다면 우리 사회의 지독한 차별과 편견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국내입양률은 경제성장의 목표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므로. 노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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