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첫 국정감사에서 정유사의 폭리구조 문제를 지적해온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2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영 정유사를 설립해서라도 정유사들의 폭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근본적으로 정유사들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는 원가공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기업 민영화에 나서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서 정유사 폭리구조가 깨기 위한 국영정유사가 가능할 지 여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이 IMF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고백했다"며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유가를 낮추지 않으면 안된다. 찔끔 낮춰서도 안되고 과감하게 우리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차손 때문에 유가를 낮추기 어렵다는 정유사들의 주장에 대해 "최근 5년간 환율의 등락이 심했지만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정유사는 비교적 환율로부터 자유롭다. 정유업계가 환헤지를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동안 메이저 신문사와 방송은 대체적으로 정유사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고 지적한 뒤, "정유사 폭리 구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1000만인 서명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
-이번 국감에서 정유사 폭리 문제를 지적했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있는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정유사의 폭리 문제를 지적했지만, 일회성으로 그친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번 국감을 통해 정유사들이 원유를 계약할 때부터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때까지 과정을 전부 스크린 했다. 그러자 논리적인 모순을 발견하게 됐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최근 5년간 환율의 등락이 심했다. 그러나 환율 때문에 유가를 낮출 수 없다는 정유사의 주장과 달리, 영업이익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수출 품목의 1, 2위를 다투는 것이 바로 석유다. 'SK 에너지', '에스 오일' 등의 정유회사는 올해 연말까지 400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산업이 바로 정유업계다. 이들이 환헤지를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류업계는 국내 유가가 결코 비싸지 않다고 말한다.
"정유업계가 정직한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내일(23일) 국감에서 구체적으로 수출원장을 공개하겠다. 바로 여기에 놀라운 사실이 있다. 국내 유가와 비교할 때 리터당 1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나라도 있다. 그동안 정유업계의 주장을 뒤엎는 데이터다"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정유사의 원가공개를 주장해왔는데 실효성은.
"원가공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유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일본은 메이저 정유사가 총 3개인데, 지난 1991년부터 유가 자유화를 실시했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두바이유 가격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일본의 유가는 무려 44% 가량 낮아졌다. 공정한 시장경쟁에 따른 결과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가져오는 나라는 각기 다르다. 당연히 정제나 유통 과정도 다르다.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주유 가격도 달라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또 다른 데이터가 있다. 10월 셋째주 석유 제품 가격을 보면, SK는 1706.3원이고 GS는 1706.68원이다. 불과 0.38원 차이가 난다. 담합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4자리 숫자가 같을 수 있나. 국민들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다. 2006년도 매출액을 비교해도 일본 정유사들이 우리나라 정유사보다 3배 가량 높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일본이 3조 800억원이고, 우리나라가 2조 9400억원으로 거의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이익을 많이 낸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정유사들의 담합을 단속하지 않는 것인가.
"공정위가 그동안 정유사들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담합을 규명하려면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데, 과연 공정위가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유가 자유화를 실시한다고 해도 정유사들간 담합을 한다면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 아닌가.
"일본의 기업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대주주는 대부분 외국기업이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소유한 비율이 평균 51%에 달한다. 우리나라 정유사의 경영자는 일종의 대리인인 셈이다. 이들이 국익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정유사 스스로의 판단이라는 것인데, 너무 모호하지 않나?
"언론의 역할이 크다. 본질적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줘야 한다. 그동안 메이저 신문사와 방송에서는 대체적으로 정유사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끈질기게 정유사 폭리 문제를 제기해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1000만 서명운동까지 벌이겠."
-현재 시민단체에서는 원가공개를 법제화하라고 한다.
"원가공개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영정유사를 설립해서라도 정유사들의 폭리 구조를 근절해야 한다. 사실 기업들의 윤리경영에만 의존하기에는 버거운 측면이 있다."
-공기업 민영화를 주창하는 현 정부에서 국영정유사가 가능할까.
"이명박 대통령도 고백하지 않았나. 지금이 IMF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유가를 낮추지 않으면 안된다. 찔끔 낮춰서도 안되고 과감하게 우리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국정감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이번 국감을 평가한다면.
"일부에서는 정쟁으로 비춰진 측면도 있지만, 많은 의원들이 성실히 국감에 임했다. 이번 국감을 통해 느낀 것은 국회의원과 국민, 국감을 받는 피감기관간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감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절실하다"